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더페이지갤러리는 4월 15일부터 오는 5월 30일까지 작가 최비오의 개인전 'TIME INTERFACE'를 개최한다. 2022년 개인전 'Observer'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시간'의 개념을 회화와 설치, 기록과 참여의 구조로 확장해 제시하는 자리다. 특히 지난 3월 세계 최고 권위의 아트페어 중 하나로 꼽히는 테파프 마스트리흐트에서 국제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 이어지는 국내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시간은 더 이상 화면 위에 재현되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작품이 생성되는 방식과 관람자가 경험하는 과정을 동시에 조직하는 근본 조건으로 작동한다. 전시 제목 'TIME INTERFACE'는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하나의 표면과 공간 안에서 교차하고 접속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곧 이번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최비오는 비가시적 시공간의 진동을 리드미컬한 선과 추상적 기호로 시각화해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우주와 인간, 물질과 감각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장(field) 안에서 연결된다는 동양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화면 위에 반복되고 중첩되는 선과 기호들은 특정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흐름과 감각이 남긴 흔적을 드러낸다. 이로써 회화는 단순한 재현의 매체를 넘어 시간과 에너지의 흐름이 머무르고 기록되는 '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핵심 연작은 'Time Signals'다. 'TIME SIGNALS: Responses (Tempo Code)'에서 작가는 일반적인 회화 제작 방식과 달리, 작업에 앞서 캔버스 뒷면에 날짜와 시간, 서명을 먼저 기록한다. 이 선행된 기록은 하나의 질문이자 출발점으로 작동하며, 이후 화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는 그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전개된다. 화면에는 0과 1이라는 이산적 단위가 배열되고, 그 위에 선과 기호가 축적되면서 시간과 존재의 최소 조건이 시각적으로 조직된다. 회화는 여기서 이미 주어진 조건 위에서 신호를 감지하고 번역하는 과정으로 재정의된다.

또 다른 연작 'TIME SIGNALS: Marks (Chronoglyphs)'는 미래의 시간을 선행 조건으로 설정한다. 작가는 작품이 종료될 시점을 미리 정해두고, 그 도래할 시간을 기준 삼아 화면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물감은 흘러내리고, 중력과 재료의 물성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때로는 문장을 적은 종이를 태운 뒤 그 재를 물감과 섞어 화면 위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는 우연과 물질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화면을 하나의 사건이자 과정의 기록으로 남긴다.
전시장 중심에 설치되는 참여형 작업 '137 Silent Observers'는 이러한 시간의 구조를 공간 속 경험으로 확장한다. 137개의 자연석이 놓인 이 작업에서 관람객은 돌 하나를 이동시키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작품에 직접 개입한다. 이 선택은 137초 간격으로 기록되어 영상 작업 '137 Pulses'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는 회화 'Tempo Code: Initial Condition'으로 전이된다. 설치, 기록, 영상, 회화가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며 시간은 선택, 반복, 간격, 기록이라는 구체적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

이처럼 'TIME INTERFACE'는 개별 작품의 완결성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구성한다. 캔버스 뒷면의 시간 기록, 미래 시점의 선행 설정, 물질과 중력의 개입, 관람자의 참여와 선택,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다른 형식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모두 시간에 대한 작가의 탐구를 구성하는 핵심 장치들이다. 이를 통해 회화는 고정된 이미지를 담는 평면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신호와 감각의 흐름, 기록과 응답, 관찰과 참여가 교차하는 확장된 매체로 자리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비오는 뉴욕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수학하며 시각 언어에 대한 독창적인 감각을 형성했다. 이후 아트디렉터 및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독일 아트 카를스루에, 스콥 마이애미 비치, 컨텍스트 아트 마이애미 등 국제 아트페어와 베니스 비엔날레 팔라초 뱀보 특별전에 참여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회화를 '보는 대상'에서 '경험하고 개입하는 구조'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비오는 시간이라는 비가시적 개념을 감각 가능한 방식으로 드러내며, 회화가 여전히 확장 가능한 매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TIME INTERFACE'는 관람자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참여와 인식을 요구하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시간의 층위와 감각의 흐름을 새롭게 사유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