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연극 <에라, 모르겠다>가 티켓 오픈과 함께 관객과의 본격적인 만남을 준비한다.
지난해 제46회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으로 참여해 대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성과 연출력을 모두 인정받은 <에라, 모르겠다>는 올해 공식선정작으로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는 산업재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를 단순한 고발이나 비극의 서사로만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히려 반복되는 사고와 책임 회피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내며, 웃음과 불편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실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웃고 있는데 웃을 수만은 없는 순간이 이어진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결국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끌려간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작품의 이중적인 매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82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40여 년간 수십 차례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산업재해 현실에서 출발한다. 법은 계속 바뀌어 왔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았고, 뉴스 속에서는 비슷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에라, 모르겠다>는 바로 그 ‘반복되는 뉴스의 구조’와 ‘쉽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사건들’에 주목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에라, 모르겠다>의 작가이자 연출인 최재성은 사실적인 공간과 배우들의 앙상블을 기반으로, 현실과 무대의 경계를 흐리는 연출을 선보인다. 산업 현장을 연상시키는 무대 구성과 리듬감 있는 장면 전환, 그리고 배우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코믹한 타이밍을 정교하게 살려낸다. 특히 여러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조는, 단일한 진실이 아닌 복합적인 현실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조부현, 손흥민, 김병건, 민신혜, 김지명, 조진호, 박희민, 고건영 등 개성 강한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해 각기 다른 노동자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이들은 과장된 코미디와 사실적인 연기를 오가며, 극의 톤을 유연하게 조율한다. 웃음과 비극 사이를 오가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배우들의 호흡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관람 포인트다.
<에라, 모르겠다>는 단순히 산업재해를 다루는 작품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점점 무뎌져 가는 감각. 작품은 이를 정면으로 드러내면서도, 관객에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이 상황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2026년 5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 101에서 진행되며, 티켓은 NOL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