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저널코리아 조정일 문화전문기자 | 오는 5월 14일(목)부터 17일(일)까지 학여울역 세텍 제1전시장 24번 부스에서 열리는 정미애(Mi-ae Jung) 작가의 신작 개인전이 서울아트페어의 문을 연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축적이 빚어낸 화폭을 통해 관람자와 생의 깊은 대화를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칠하고 긁어내고 다시 덧입히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화면에는 물질의 질감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가 쌓이고, 이는 작가의 태도이자 수행으로 다가온다. 쉽게 끝나지 않을 의지와 내면의 세계를 관통하려는 집요함은 전시 공간 곳곳에서 밀도 있게 드러나며, 그 밀도는 우주적이라고까지 표현될 만큼 확장보다 응축의 힘으로 관람자를 압도한다.

푸른 계열의 화면은 감각을 내면으로 수렴시키고, 수천 가지의 붓질이 미세한 진동으로 흩어져 삼각형의 반복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구조는 질서와 긴장의 이중적 체계를 구축하는 하나의 조형 리듬이자, 관람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하다. 그러나 이 폐쇄적 공간을 가로지르는 황금빛의 꼬리-like 선은 존재론적 긴장을 전환시키는 결정적 지점으로 작용한다.
붉은 계열은 주홍에서 암홍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이루며 서로를 침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단색처럼 보이면서도 극도의 감정적 밀도를 드러낸다. 이 색들의 상호 작용은 존재의 무게와 외부 세계의 압력을 암시하며, 붓질의 지속성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 된다. 이 모든 화면에는 작은 산양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화면의 축을 이루고, 안온한 공간을 벗어나 절벽과 긴장이 극대화된 지점에 위치해 다음 움직임을 예견하게 만든다.
산양은 과장된 몸짓으로 저항하지 않으며, 오히려 위치를 이탈하지 않고 다음의 움직임을 준비한다. 이 반복은 상징을 넘어 하나의 태도로 읽히며, 정미애의 회화가 아름다움으로 환원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진실의 문제에 다가서는 두꺼운 시간과 감각의 총체적 기록이다.

관람자는 이 화면 앞에서 단순히 이미지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과 조우한다. 이 생은 쉽게 굴복하지 않았고,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긴다. 수만 번의 붓질은 하나의 수행이 되었고, 그 끝에 남겨진 작은 산양은 세계에 대한 응답으로 작용한다. 말없이, 그러나 끝내 흔들리지 않는 방식으로. 이번 전시는 시간의 층위가 쌓인 회화의 모습을 통해 관람자에게 침묵 속의 강한 메시지와 삶과 예술의 깊은 대화를 남길것이다.
글_ 유길수(인용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