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 도곡동에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 아본 도곡(대표 이제형)이 개관 기념전으로 한국 극사실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지석철 초대전을 선보인다. 새 공간의 출발을 알리는 첫 전시로, 한 작가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조형 언어와 그 미학적 궤적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갤러리 아본 도곡은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폭넓게 소개하는 전시 공간을 지향한다.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기획을 통해 예술이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일상과 만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을 표방한다. 전시를 단순히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작가와 관람객이 보다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교감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첫 출발을 함께하는 작가는 지석철이다. 그는 한국 극사실 회화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온 작가로, 오랜 시간 ‘쿠션’과 ‘미니 의자’라는 고유한 모티프를 통해 인간 존재의 흔적과 부재, 기억의 정서를 탐구해왔다. 익숙한 일상 사물을 극도로 정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게 만드는 상징성과 서정성이 그의 작업을 특징짓는다.
지석철의 작업은 1970년대 말 소파 쿠션의 등받이 부분을 확대해 표현한 초기 작업에서 출발한다. 부드럽고 안락한 일상의 물성을 과장된 스케일로 화면 위에 제시한 이 시기의 작품은 극사실적 묘사의 성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물의 표면 너머에 감춰진 정서적 울림을 불러낸다. 이후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미니 의자’는 그의 대표적인 조형 언어로 자리 잡았다. 화면 속 작은 의자는 누군가의 자리를 암시하면서도 정작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는 비워둔 채, 부재의 감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1990년대 이후 이어진 ‘부재(Absence)’ 시리즈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다 깊고 본격적으로 확장한 작업군이다. 의자와 쿠션, 그리고 그 주변의 비어 있는 공간은 단순한 정물 구성을 넘어 삶 속에서 사라진 존재와 남겨진 기억, 기다림과 상실의 감정을 응축해낸다. 극사실적 화면은 오히려 현실을 복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감정과 시간의 층위를 정교하게 환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낯설 만큼 정밀한 묘사 속에서 관람자는 사물보다 오히려 사라진 존재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지석철의 신작과 함께 시대별 주요 작품을 두루 아우르며, 작가가 장기간 천착해온 ‘반작용(Reaction)’과 ‘부재(Absence)’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극사실 회화가 단순한 기술적 재현을 넘어 얼마나 깊은 철학적, 정서적 층위를 담아낼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갤러리 측도 이번 개관전의 의미를 각별하게 보고 있다. 김제형 갤러리 아본 도곡 대표는 “갤러리 아본 도곡의 첫 출발을 알리는 전시로 지석철 작가를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가 단순한 개관전을 넘어, 관람객이 한국 극사실 회화의 깊이와 울림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갤러리 아본 도곡은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기획을 통해 예술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형근 갤러리 아본 도곡 운영위원장(한국미술교육협의회 회장) 역시 이번 전시를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지석철 작가의 작업은 극사실적 재현을 넘어, 부재와 기억, 기다림 같은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며 “개관전으로서도 매우 상징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갤러리 아본 도곡은 완성도 높은 전시와 더불어 작가와 관람객, 지역사회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문을 연 공간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지향할 것인지 보여주는 첫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각적 완성도는 물론, 사유의 깊이를 갖춘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관계 맺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동시대 미술의 감각과 한국 극사실 회화의 밀도 있는 성취가 교차하는 이번 개관전은, 도곡동에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 거점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편 갤러리 아본 도곡은 이번 개관전을 시작으로 완성도 높은 기획전은 물론,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지역사회와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도곡동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