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의 오래된 주택 외벽, 무심히 지나친 창틀,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벽면의 색. 너무 익숙해 더 이상 보이지 않던 도시의 표면이 회화 속에서 낯선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독일 출신 작가 잉고 바움가르텐(Ingo Baumgarten)이 서울 한남동 갤러리 몬트레아(대표 김지원)에서 개인전 ‘Ordinary EXTRAOrdinary : 일상(日常) 이상(異常)'을 열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평범한 얼굴’ 속에 숨어 있던 미학과 기억의 층위를 꺼내 보인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서울에 정착한 이후 한국의 도시 건축과 생활 환경을 꾸준히 관찰해온 작가의 시선을 집약한 자리다. 그는 서울과 한국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건축적 표정, 특히 주거 공간의 외관과 구조를 단순한 풍경이 아닌 하나의 사회문화적 텍스트로 읽어낸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의 일부, 낡은 벽의 결, 창의 반복 구조 같은 사소한 단면이 그의 캔버스 안에서는 완전히 다른 감각의 장면으로 변모한다.
잉고 바움가르텐의 작업은 흔히 ‘도시 풍경화’로 분류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분석적이고 사유적인 층위를 갖는다. 작가는 도시 건축의 한 부분을 선택해 과감하게 확대하고, 그것을 화면 위에서 다시 구조화한다. 이때 벽과 창, 색면과 틈, 패턴과 흔적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거의 추상 회화에 가까운 조형 언어로 전환된다. 익숙한 공간은 구체적 장소의 기억을 품은 채 낯선 이미지로 재탄생하고, 관람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도시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의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 ‘거리감’과 ‘친밀감’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일인 작가로서의 외부자적 시선은 한국 도시의 풍경을 일정한 거리에서 관찰하게 하지만, 18년 가까이 서울에 체류하며 축적한 시간은 그 거리를 단순한 낯섦이 아닌 깊은 애정과 이해로 바꿔 놓는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한국적 도시 공간을 이국적인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 보이지 않던 것들의 가치와 감각을 섬세하게 복원해낸다.
이번 전시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작가의 대표 연작인 ‘주택(Housing)’ 시리즈 신작들이다. 이 작업들은 한국 도시 주거 공간이 지닌 독특한 건축적 리듬과 시대적 표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속 외벽과 창문, 구조적 분할과 색채의 대비는 단순한 형태를 넘어, 그 공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생활감과 시대의 욕망, 그리고 한때 그곳에 투사되었던 유토피아적 희망까지 암시한다.
전시에는 이와 함께 ‘소품들(Small Objects)’ 시리즈와 ‘컬러 스터디(Color Studies)’도 함께 소개된다. 대형 회화가 도시의 구조와 표면을 보다 거시적으로 다룬다면, 이 작업들은 작가의 시선이 얼마나 세밀하고 내밀한 감각으로 조율되는지를 보여준다. 사소한 사물과 작은 화면, 색의 변주와 조형적 실험은 작가가 도시를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감각적 질서를 해석하고 재배열하는 방식까지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식물(Plants)’ 모티프의 등장이다. 기하학적이고 인공적인 건축 구조 안에 유기적인 식물 이미지가 병치되면서, 화면은 이전보다 더 복합적인 생명성과 긴장을 획득한다. 건축이 인간이 만든 질서와 구조를 상징한다면, 식물은 그 안에 스며드는 시간과 생장, 생명의 흔적을 상징한다. 이는 결국 도시가 단순한 콘크리트와 구조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시간이 축적되는 유기적 장소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전시 제목인 ‘Ordinary EXTRAOrdinary’는 바로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 안에는 언제나 비범한 감각과 의미가 잠복해 있다는 것.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벽 하나, 창틀 하나, 오래된 외벽의 색 하나에도 한 시대의 정서와 욕망, 기억과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최근 현대미술이 거대한 서사나 강한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 속에서, 잉고 바움가르텐의 작업은 오히려 ‘작은 관찰’과 ‘느린 응시’가 지닌 힘을 상기시킨다. 거창한 메시지를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 이번 전시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너무 가까이에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낯설고 깊게 경험하게 될 전시다.
한남동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동시대 서울의 표면 아래를 읽어내는 하나의 시각적 아카이브이자 감각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서울 전시를 찾는 관람객은 물론, 건축과 도시,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인상적인 전시로 남을 만하다.
한편 전시 관람시간은 일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며, 오는 4월 30일까지 한남동 갤러리 몬트레아에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