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겨울의 입구에서 인사동이 조용한 온기를 띠고 있다. 리수갤러리가 오는 11월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선보이는 기획전 '2025 겨울의 문턱에서 예술이 머물다'는 예술가와 관람객 모두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멈춤의 공간'을 지향한다. 회화, 사진, 문인화, 조각, 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이는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관으로 독창적 서사를 구축해온 엘 코링(L Coring, 본명 이정은)이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 '코링(Coring)'을 중심으로 사랑·환경·생태·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시각적 내러티브로 전개해 왔다. 인터뷰는 전시 준비로 한창 바쁜 작가의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엘 코링 작가에게 '코링이란 무엇인가'를 묻자, 그녀는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답했다. "코링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요. 사랑을 받은 존재는 자연스럽게 사랑을 베풀게 되잖아요. 그래서 코링이는 상처받은 사람들, 약한 존재들, 동물들을 보호하는 작은 영웅이에요."
코링이는 낮에는 부모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아이지만, 밤이 되면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로 힘들어하는 존재를 돕기 위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험한 능력을 발휘한다. 작가는 이 '이중적 일상'을 통해 "감정의 확장"이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왔다.
코링이의 옷과 장신구는 단순한 꾸밈이 아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에코 메시지를 시각화한 상징적 언어다.
"바람개비 베레모나 바람개비 방패는 친환경 에너지를 상징해요. 옷과 장신구에는 지속가능성, 기후위기, 환경보호 등 코링이가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작품 속 코링이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옷과 배경을 입고 등장한다. 이는 단지 패션적 변주가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게 펼쳐지는 서사의 맥락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코링이의 또 다른 특징은 엄마와 아빠가 직접 만들어 주는 맞춤형 의상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부모의 사랑이 실질적 보호가 되어 딸에게 전해진다는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코링이의 곁에는 늘 두 캐릭터가 등장한다. 지리산 반달곰 ‘뚱웅’, 그리고 독립적이고 장난스러운 '호랭이'다.
"뚱웅은 기후변화로 먹을 것을 찾지 못해 쓰러져 있었어요. 코링이가 에너지 광산에서 만든 천연 에너지 푸드, 왕밤빵을 먹여 살려주죠. 그래서 뚱웅은 코링이를 진심으로 따르고 도와줍니다."
반면 호랭이는 종종 말도 안 듣고, 질투도 하고, 방해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불완전함'이 이야기의 리듬을 만든다고 말한다. "호랭이는 현실의 감정처럼 복잡한 존재예요. 때로는 갈등을 만들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하며 코링이 세계관을 풍성하게 합니다." 이러한 생태적 캐릭터 설정은 코링이를 단순한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의 서사적 플랫폼으로 확장시킨다.
엘 코링의 작업을 보면, 캐릭터 일러스트 이상의 회화적 깊이가 느껴진다. 이는 그녀가 코링이를 그릴 때 '선 한 올 한 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코링이는 살아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표정, 눈빛, 옷의 결 하나까지 세필로 정성을 다해 표현합니다."
배경은 각 작품의 스토리를 따라 다양하게 전개된다. 때로는 밝고 환상적이며, 때로는 환경 위기를 암시하는 차분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이러한 회화적 접근은 캐릭터 서사가 감정과 철학을 담은 '회화 작업'으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한편 '2025 겨울의 문턱에서 예술이 머물다'에서 엘 코링 작가는 자신만의 캐릭터 미학을 한층 다채롭게 보여줄 예정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겨울 초입에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관람객 한 명 한 명이 작품을 보며 자신만의 감정을 만나기를 바래요." 그녀는 앞으로도 코링이의 세계관을 확장해 친환경 메시지, 공존의 의미, 사랑의 가치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