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깊어가는 가을밤,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무대가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제73회 나래코리아 연주회가 오는 9월 24일(수) 오후 6시 갤러리 아트큐브 투알투(대표 홍지숙)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의 부제는 ‘Light & Motion – Woman in Light / Music in Motion’으로, 단순한 음악회가 아닌 예술 장르 간의 융합을 추구하는 복합문화예술 행사다. 이번 연주회는 나래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아트토큰이 후원한다.
이번 무대에는 각기 다른 음악적 뿌리를 지닌 일곱 명의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첼리스트 김인하, 소프라노 이윤지, 바리톤 석상근은 클래식의 깊이를 전하며, 판소리 명창 이영태와 고수 정진원은 한국 전통의 소리를 이어간다. 여기에 기타리스트 신주헌의 현대적인 감각, 해금 연주자이자 서울대학교 국악과 교수인 노은아의 동양적 서정이 더해져 고전과 현대, 동서양의 감각이 한 무대에서 교차한다. 무대의 진행은 평화방송의 조준형 PD가 맡아 관객들이 보다 풍성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의 협연은 단순한 장르 혼합이 아닌,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정서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시도로 주목된다. 첼로의 깊은 울림과 해금의 애잔한 선율, 판소리의 호흡과 서양 성악의 기교가 어떻게 어울릴지,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
이번 연주회가 특별한 이유는 음악 공연과 더불어 기획된 미술 전시 때문이다. 행사에 앞서 '한국의 빛나는 여성작가 5인전'이 진행되며, 도슨트의 해설을 곁들인 관람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전시는 천경자, 박래현, 윤석남, 방혜자, 류민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각인시킨 다섯 명의 작가를 조명한다.
이들의 작품은 사회적 제약과 편견 속에서도 자신만의 화풍과 세계관을 확립하며 예술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특히 천경자 화백의 사후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여성 예술가들이 한국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과정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다. 전시와 연계된 공연은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빛과 움직임’이라는 주제를 시각과 청각으로 확장하는 종합예술의 경험을 제공한다.
행사는 전시 관람을 시작으로 디너 타임을 거쳐, 루프탑 공연으로 이어진다. 도심 속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루프탑 무대는 이번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다. 고층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바람과 야경 속에서 울려 퍼질 선율은 관객들에게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게 하고, 예술의 깊은 울림을 선사할 전망이다.
김생기 나래코리아 대표와 홍지숙 관장은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장르 혼합을 넘어 미술과 음악, 전통과 현대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경험을 기획했다”며 “특히 천경자 화백의 10주기를 기념하며 한국 여성작가들의 예술적 울림을 재조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기획은 권윤호, 연출은 칼럼니스트 이수정이 맡았다. 이수정 연출가는 “이번 프로그램은 미술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복합예술의 장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연 전체가 하나의 예술적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나래코리아 연주회는 그간 클래식과 국악, 실내악과 독창회, 신작 발표와 기획 공연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한국 공연예술계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겨왔다. 제73회를 맞는 이번 공연은 기존의 성과를 넘어, 예술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편 평화방송의 조준형 PD는 "이번 무대는 깊어가는 가을밤, 관객들에게 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음악과 미술의 결합이 전하는 복합적 감동을 통해 새로운 문화 향유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