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지역 문화시설’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문화교류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은 2026년을 ‘ACC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향후 10년을 세계적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개관한 ACC는 개관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연간 방문객 359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달성했다.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은 2,247만 명에 달한다. 단순한 전시 관람 공간을 넘어 ‘머무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ACC의 성과는 수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ACC가 선보인 콘텐츠는 총 2,277건으로, 이 가운데 79.4%에 해당하는 1,809건이 자체 창·제작 콘텐츠다.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200여 건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ACC는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실험하고 확장하는 창작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국내외 176개 기관·단체와의 협업 네트워크 역시 ACC를 ‘연결의 기관’으로 성장시키는 핵심 동력이 됐다.
이 같은 성과는 국제 무대에서도 가시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ACC가 2023년 상호작용예술 연구개발을 통해 제작한 VR 작품 ‘잊어버린 전쟁’은 세계 최대 콘텐츠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26’ XR Experience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전쟁 참전자의 개인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VR·3D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한 이 작품은, ACC의 예술·기술 융합 창제작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6년 ACC의 전시 방향은 더욱 분명하다. 동시대 아시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인공지능(AI) 기반 창작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오는 8월 열리는 ‘ACC 미래상: 김영은’ 전시는 그 상징적 사례다. 사운드·영상·설치미술을 넘나드는 김영은 작가는 100채널 스피커와 공간 설계를 통해 관객을 완전히 감싸는 몰입형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2023년 ‘ACC 미래상’ 첫 선정 작가 김아영이 생성형 AI 기반 작품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만큼,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이와 함께 10월 열리는 ‘ACT 페스티벌 2026’에서는 ‘아이·휴먼(I·Human)’을 주제로 피지컬 AI, 로보틱스, XR, 사운드 퍼포먼스 등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콘텐츠가 대거 소개된다.
ACC의 또 다른 축은 지역과의 동반 성장이다. 올해 2월 열리는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 전시는 남도 수묵 미학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한다. 새롭게 개관하는 전시7관에서는 ‘ACC 뉴스트(NEWST)’를 통해 선정된 광주·전남 지역 작가들의 전시가 3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다.
전시를 넘어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문화경제 실험도 지속된다. ‘별별브릿지마켓’, ‘동명커피산책’ 등 지역 연계 프로젝트와 인기 캐릭터 협업 굿즈 판매는 문화시설이 지역 경제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ACC는 판소리와 미디어 기술을 결합한 ‘미디어 판소리극’을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육성해왔다. 올해는 네 번째 작품 ‘적벽(가칭)’이 무대에 오른다. 또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상설전시실에 이어 서아시아로 교류 영역을 넓히며, 아시아문화박물관의 지리적·문화적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아시아 문화예술교육과 ‘ACC 전문인’ 교육 과정 역시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5,000여 명의 인재를 배출한 이 교육 프로그램은 ACC를 ‘보는 공간’에서 ‘사람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배리어 프리 전시, 시니어 투어 등 접근성 강화 노력도 눈에 띈다. ACC는 ‘모두를 위한 ACC’ 개선 과제를 추진하며, 장애인과 고령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 발신자이자 수신자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지역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누구나 문화예술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문턱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