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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8월 30일부터 9월 8일까지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무심히 스며들어 있던
소중한 뿌리, 사랑과 상처, 부끄러움, 그리움 입양과 다문화, 성소수자까지 우리가 외면해왔던 이야기
○ 자극적 이야기 NO,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전하는 소소한 감동

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어제를 지르밟고 오늘에 다다른, 지금 여기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 다섯 조각을 보여주는 박상현 작,연출의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가 오는 8월 30일(금)부터 9월 8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재공연된다.

 

지난 2022년 공연되어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는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일상을 들여다보면 입양과 다문화, 성소수자까지 우리가 언급하고 싶지 않았거나, 잊고 있던 기억들이 녹아있다.

 

연극은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남녀가 서울의 등산로에서 다시 만나는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이태원의 부동산을 배경으로 하는 ‘해방촌에서’, 아버지 땅 문제로 누나 집에 모여 어릴 적 살던 곳을 추억하는 ‘노량진에서’, 해외입양인에 관한 연극을 연습하는 ‘오슬로에서 온 남자’, 부대찌개집 할머니의 기일에 모인 가족 이야기인 ‘의정부부대찌개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5개의 장소에서 펼쳐지는 5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하나의 플롯 안에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서로의 핏줄과 신경이 연결된 동일한 문제의식과 주제, 그리고 동시대적 정서를 품고 있다.

 

어제의 상흔과 부끄러움이 더해진 오늘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이들의 이야기

작품 속에는 유년시절 해외로 입양갔다가 생모를 찾고자 한국에 왔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욘 크리스텐센’, 한국인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함께 도망나왔지만 다시 혼자가 되어 떠돌던 ‘띠하’, 해방 후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북에서 내려와 고향을 잃고 떠돌던 이들이 하나둘 모인 해방촌에서조차 떠나야만 했던 남자 등이 등장한다. 공통점이라면 이들은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물러야 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2차 대전 이후 국제 입양된 아동 45만 명 중 25만 명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지닌 채, 한때 아메리칸드림을 좇았던 과거를 잊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들을 차별하는 나라. 선진국의 꿈을 안고 세계 경제 상위권에 오르는 발전을 이룩한 오늘, 어제의 상흔을 너무 빨리 망각하고,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본 작품은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기 껄끄러워하는 문제를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과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로 구성된 다섯 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플롯 안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하나의 연극 속에 핏줄과 신경이 연결된 다섯 작품이 같은 정서로 숨을 쉬는 "시간의 조각보"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각보라는 것이 각기 다른 천조각들을 엮어 하나의 새로운 조각보로 재탄생하듯이 과거와 현재를 잘 엮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연극은 ‘사리아에서’ 속 남자가 한국인 딸을 입양했다는 외국인에게 느낀 부끄러움으로 시작하여, 한국-베트남 혼혈인 ‘띠하’가 피 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과 가족이 되어가는 ‘의정부 부대찌개’로 끝을 맺는다. 어쩌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섞여서 맛있는 부대찌개가 되듯이 이제 다 함께 섞여 살자는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사이코패스>, <자객열전>, <명왕성에서> 등의 연극을 집필했던 박상현 연출의 작품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를 모두 경험한 작가의 시각이 잘 묻어있다. 좁게는 가족으로서, 넓게는 민족공동체로서 한 핏줄을 강조해 왔던 우리에게 피붙이는 중요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모른 척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들은 없었는지 질문한다.

자극적인 컨텐츠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의 감동과 재미를 안겨줄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의 출연진으로는 홍정혜, 백익남, 김정은, 정나진, 이동영, 이상홍, 박윤정, 문현정, 김민주, 강연주 등 동아연극상, 히서연극상 등 각종 연기상 수상에 빛나는 대학로 최고의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언어 중심으로 구성된 연극의 말맛을 살려주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무심히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미래를 가늠하게 할 본 공연의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인터파크티켓, 플레이티켓, YES24티켓에서 가능하다. 관람료는 균일석 35,000원. (문의 보람있는 문화생활 0507-1410-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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