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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아마도예술공간, 한우리 개인전 '루프: 개를 흔드는 꼬리' 개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한우리는 사라져 가는 사물과 그 세계를 탐구한다. 특히 재현과 매개, 기록의 기술이나 그러한 기술을 향한 믿음처럼 감각과 경험, 기억을 구조화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대상들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감각과 인식, 지식과 의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중력을 가졌으나 그 힘을 서서히 잃어가는, 낡은 질서에 속한다는 데 있다. 동시에 그들이 붙들어 매었던 사물-인간 사이의 장력과 얽힘 역시 서서히 허물어진다. 그러나 한우리의 작업은 금이 간, 소멸해 가는 그물망을 투명한 렌즈로 왜곡 없이 전달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다만 헝클어진 사물-인간의 별자리 사이를 그 쇠락보다 성긴 알레고리의 서사로 꿰어낼 뿐이다. 잘 알려진 설화나 신화, 가상의 이야기 타래가 제자리를 잃은 작고 구체적인 사물을 바늘로 삼아 대상들 사이의 이격을 나슨히 누빈다. 그들이 언젠가는 굳건히 서로를 필요로 하게 했으며, 또 다른 별자리들의 배경에 섞여 여전히 무언가-누군가를 지지하고 있음을 속삭이면서.

 

한우리의 네 번째 개인전, 《루프: 개를 흔드는 꼬리》는 필름이란 희미해진 별과 필름-시네마 매체-환경이란 쇠퇴한 성좌를 향해있다. 세상의 빛을 은 입자의 힘으로 얇은 지면에 안착시킨 후, 릴의 자전과 투사의 힘으로 어두운 외계를 향해 세상을 은하수처럼 다시 펼쳐 보이던 재현 기술의 별무리. 융성했던 이 성단은 이제 재현-매개의 은하 변방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전시는 시간 저편으로 내쫓긴 한 재현 매체의 흐름을 따라, 이제 우주의 중심에 자리 잡은 기술이란 은하계의 유일무이한 회전력을 반추한다. 효율성, 편리성, 즉시성, 비매개성으로 관측되는 우주 중심의 이 무시무시한 힘은 모든 사물과 체계를 , 인간과 사회를 블랙홀처럼 끌어당기며 각각의 운동과 질서를 재편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전시는 진보를 향한 기술의 직선적 속도에 분명 탑승해있다 믿었던 사물과 인간들이 기술의 힘에 붙잡혀 일정한 궤적을 맴돌게 되어버린, 동시대의 기묘한 본말전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동시에 기술의 원심력으로 인해 원래의 연결에서 튕겨 나와버린 사물과 인간을 반복과 회귀, 역전과 도치를 담은 알레고리로 얽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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