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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에너지 캐릭터 '코링'... '엘코링( L Coring )' 초대전 개최

환경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엘코링 초대전, '팬덤어스아트갤러리'에서 선보여
단군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캐릭터 회화전 '코링'
바람개비 모티브로 확장된 '현대적 신화'의 회화
상상력과 환경메시지가 만나는 '현대미술'
이야기를 따라 걷는 전시장, '코링 프로젝트'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작은 바람개비 하나가 세상을 구한다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모아 시공간을 넘나들며 상처받은 존재들을 돕는 수호자가 있다면, 그 이야기는 동화일까 신화일까 아니면 현대미술일까.

 

캐릭터 '코링(Coring)'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작가 엘코링(L Coring, 본명 이정은)의 초대전이 오는 2월 23일부터 3월 9일까지 서울 용산구 팬덤어스아트갤러리(대표 정주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캐릭터를 매개로 환경, 가족, 공존, 그리고 예술가의 자유로운 정신을 이야기한다.

 

코링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작가가 구축한 하나의 서사 구조이자 세계다. 그 출발점은 한국의 고대 신화인 단군 신화다. 곰이 인간이 되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존재가 바로 '여자아이 코링'이다.

 

작품 속에는 늘 곰과 호랑이가 등장한다. 착하고 순한 곰 '뚱웅'은 코링을 따르며 함께 안전한 청정 지대를 찾아 이동한다. 반면 호랑이는 질투와 충동성을 지닌 존재로 때때로 둘을 방해한다.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뉘지 않는 관계 속에서 갈등과 공존이 동시에 펼쳐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관계와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인간 중심적 질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코링은 낮에는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아이지만 밤이 되면 세상을 돕는 존재로 활동한다. 기후 변화로 고통받는 생명체들을 구하기 위해 시공간을 넘어 이동하며 안전한 지역을 찾아 나선다. 고대 신화의 구조를 빌리되 오늘의 문제를 다루는 현대적 신화라 할 수 있다.

 

전시의 핵심 이미지는 작은 바람개비다. 코링이 착용하는 베레모와 방패, 장신구와 장비에는 바람개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청정 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로 설정되어 있다.

 

코링의 옷과 도구는 모두 자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는다. 잠수복, 모자, 장신구는 보호 장치이자 생태적 메시지다. 작가는 캐릭터의 장비를 통해 환경 문제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이 설정은 어린아이의 상상력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현대 사회의 불안을 반영한다. 기상이변과 환경 위기 속에서 인간이 기대는 희망의 형상이 바로 코링이다.

 

엘코링의 화면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서사뿐 아니라 조형 방식에 있다. 작가는 한국과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서로 다른 시각 언어를 체득했다. 화면에는 동양적 선의 흐름과 서양적 색면 구성, 그래픽적 평면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강한 윤곽선과 선명한 색채는 캐릭터 회화의 친근함을 가지면서도 회화적 공간감과 장식성이 함께 나타난다. 단순한 팝아트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유다. 낯설지만 쉽게 읽히고, 친근하지만 완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실제 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은 "처음 보는 스타일인데 편안하다", "낯설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젊은 세대는 새로운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공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엘코링 작가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예술가에게 가장 좋은 평가는 낯설다는 말"이라고 말한다. 이해되기 전에 먼저 감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태가 예술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예술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을 '정신의 자유'라고 말한다. 생각의 제한이 사라질 때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하고, 코링 역시 그 자유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코링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존재다. 회화 속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의 다음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관람자는 그림을 보는 동시에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다.

 

코링이 만나는 곰과 호랑이, 에너지 광산, 이동하는 공간들은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열린 서사다. 이는 작가가 하나의 세계를 제시하고 관람자가 그 안에서 경험을 완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현대미술에서 캐릭터는 흔하지만, 대부분은 이미지 소비에 머무른다. 그러나 코링은 서사와 상징, 환경 메시지를 동시에 갖춘 세계관으로 작동한다. 어린아이의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묻는다.

 

코링은 보호자이면서 동시에 아직 성장 중인 존재다. 그래서 늘 길을 떠난다. 완성된 영웅이 아니라 가능성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관람자 역시 이야기 속 주체가 된다.

 

전시장은 하나의 이야기 공간이 된다. 관람객은 작품을 순서대로 따라가며 하나의 세계를 경험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는다.

 

오늘, 코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편 이번 전시는 캐릭터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 소비를 넘어 서사와 사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바람개비에서 시작된 상상력은 결국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코링은 그 질문을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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