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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양혜규, 오는 10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영국 내 첫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 개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헤이워드 갤러리는 오는 10월 9일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 양혜규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영국에서의 첫 번째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이하 《윤년》)을 개최한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양혜규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혁신적인 작품을 통해 각 문화의 접합 및 교류, 모더니즘과 민속 전통,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역사에 대한 동시대적인 견해를 탐구한다. 《윤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양혜규의 다면적이고 다학제적인 작업을 면밀히 조명하는 자리로, 이는 전세계 예술가들의 새롭고도 도전적인 사고방식을 지지하는 헤이워드 갤러리의 사명과도 일맥상통한다. 양혜규는 《The New Décor》(2010)와 《Wide Open School》(2012) 등 두 차례의 그룹전을 통해 헤이워드 갤러리와 인연을 맺어 왔으나, 대규모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다섯 가지의 개별 주제 아래 세 점의 주요 커미션 작업을 포함한 설치, 조각, 콜라주, 텍스트, 비디오, 벽지 및 사운드 등 시각적이고 다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다양한 매체의 총 120점에 달하는 작업들을 대거 선보인다. 《윤년》은 2018년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열린 《양혜규: 도착 예정 시간(ETA) 1994 – 2018》 이후에 열리는 최대 규모의 전시로, 국제적으로 상당한 지명도를 갖춘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이다. 양혜규는 건조대, 전구, 나일론 방울, 손뜨개 실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상적인 사물과 산업용품을 독특한 조각이나 다양한 매체가 결합된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윤년》에는 〈광원 조각Light Sculptures〉, 〈소리 나는 조각Sonic Sculptures〉, 〈중간 유형The Intermediates〉, 〈의상 동차Dress Vehicles〉, 〈황홀망恍惚網Mesmerizing Mesh〉, 블라인드 설치작 등 작가의 작업 세계를 충실히 반영하는 연작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표작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커미션 작품 〈농담濃淡진 소리 나는 물방울 – 수성 장막Sonic Droplets in Gradation – Water Veil〉(2024)은 현재도 이어오고 있는 〈소리 나는 조각〉(2013-) 연작의 일환으로, 청색과 은색 스테인리스 스틸 방울을 금속 링으로 엮은 커튼 형태의 작업이다. 금속 방울을 주된 재료로 삼은 이 작업은 전시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어 관객으로 하여금 그 사이를 걸어 들어가도록 독려하고, 관람객의 움직임은 곧 방울소리를 통해 음파의 반향을 촉발시켜 그들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방울이라는 물질성은 동아시아 전통과 민속, 모더니즘, 현대미술사, 그리고 자연에 이르기까지 다원적 층위의 참조 대상에 바탕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가 상상한 예술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물리적 관문 역할을 한다.

입구를 지나 첫 번째 전시장에서 경사로를 따라 두 번째 전시장에 입장하면 반층 높은 개방된 전시장 바닥 전체에 기상도氣象圖에서 영감을 받은 비닐 재질의 그래픽 작품이 펼쳐지고, 그 위에 모듈식 구조, 기하학, 그리고 운동성이라는 작가의 핵심 주제를 관통하는 여러 점의 조각이 서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두 점의 대형 조각 〈소리 나는 의상 동차動車 – 우람 머리통Sonic Dress Vehicle – Hulky Head〉(2018)과 〈솔 르윗 동차動車 – 입방체 하나 빠진 입방체 위에 6 단위 입방체Sol LeWitt Vehicle – 6 Unit Cube on Cube without a Cube〉(2018)는 방울, 매듭공예, 블라인드 등의 재료로 표면이 장식되어 있다. 이들은 전시 기간 동안 미술관 관계자들이 조각의 안과 밖에서 각각의 손잡이를 잡아 밀거나 당기는 방식을 통해 간헐적으로 활성화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양혜규는 물질과 영성 사이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주 재료로, 고대 신앙 체계와 관습에서 이 재료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탐색해왔다. 콜라주 연작 〈황홀망〉(2021-)은 샤머니즘과 민속 혹은 이교도 전통과 관련된 신성하고도 제의적인 종이 오브제를 참조한 작품이며, 인공 짚을 엮어 만든 〈중간 유형〉(2015-)은 전세계 각지의 고유하고도 전통적인 직조 방식을 인용하여 생명체 형상으로 빚어낸 혼성적인 조각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18년 만에 재조명 및 재해석된 《사동 30번지Sadong 30》(2006)가 새롭게 구현된다. 프로젝트 제목인 ‘사동 30번지’는 서울의 위성도시인 인천, 그 중에서도 사동이라는 지역의 주소로, 2008년 당시 작가는 수 년 동안 비어 있던 가옥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작가의 고국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사동 30번지》는 더욱이 미술관이 주도하거나 갤러리가 초대한 형식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마련되어 회자된 전시로, 이후에도 작가의 예술적 발전을 이끈 매우 결정적인 계기로 간주되어 왔다.

《윤년》은 가사성domesticity, 친밀감intimacy, 그리고 일상적 행위와 사물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고찰을 두루 조명한다. 특히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위트레흐트 편篇Series of Vulnerable Arrangements – Version Utrecht〉(2006)은 처음 본격적으로 블라인드를 작업의 재료로 삼아 작가의 역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주요 작품이다. 블라인드는 양혜규의 작품 세계를 견인한 유의미하고 상징적인 재료 중 하나로, 특히 작가는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할하고 구획할 수 있는 블라인드의 기능적 가능성과 더불어 경사진 형태에서 비롯된 반투명성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야심찬 대규모 블라인드 설치작이자 커미션 신작인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2024)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구조적 형태가 다채로운 층위를 구성하며 상승하는 사선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설치작은 무대조명과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람객을 작품이 형성한 공간의 내부로 이끈다. 양혜규의 작품은 종종 세간의 이목 뒤에서 시대를 앞서갔던 근현대 인물을 소재로 삼아 조명해왔는데, 이번 신작은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낸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의 음악 「이중 협주곡Double Concerto」(1977)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외에도 작가의 작품 세계에 지속적으로 등장해온 20세기 인물들로는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솔 르윗Sol LeWitt, 조피 토이버-아르프Sophie Taeuber-Arp,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élix González-Torres, 이브 클랭Yves Klein 등이 있다.

한편 이번 전시를 기획한 헤이워드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융 마와 비평가 파블로 라리오스Pablo Larios의 에세이 두 편과 전체 도판이 담긴 도록이 전시를 기념하여 출간될 예정이다. 런던에 소재한 예술서적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인 울프 홀Wolfe Hall에서 디자인한 이 도록은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인 린 쿡Lynne Cooke과 작가의 대담과 더불어, 타이베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및 시각예술가 치호이Chihoi가 작가 연대기를 삽화로 소화한 작업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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