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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서

굿과 철학, 시나위와 사유의 접점에서…국악인 원일, 책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말하다

이호철북콘서트홀 '문예북 No.59'서 "들뢰즈, 괴물의 사유" 북콘서트…전통음악·현대철학·공연미학 잇는 특별한 무대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국악인 원일이 자신의 음악과 사유의 궤적을 책과 무대를 통해 함께 풀어내는 자리에 선다. 오는 4월 11일 오후 2시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문예북 No.59’는 원일의 저서 『들뢰즈, 괴물의 사유』를 중심으로,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시나위적 음악관과 현대적 제의로서의 공연 개념,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삶의 태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북콘서트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전통 국악의 어법에서 출발해 동시대 공연예술의 실험성과 인문학적 사유를 폭넓게 가로질러온 예술가 원일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저자와의 만남이나 출판 기념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원일이 오랜 시간 자신의 예술 안에서 탐구해온 질문들, 곧 음악은 무엇으로 생성되는가, 전통은 오늘의 감각 속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가, 공연은 왜 제의적 경험이 될 수 있는가, 예술가는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응답하는가 같은 근원적인 문제들이 관객 앞에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국악과 철학, 무속성과 현대성, 책과 공연이 한 자리에서 겹쳐지는 이번 무대는 장르적 구분에 익숙한 관객에게도 낯설고도 깊은 울림을 남길 전망이다.

 

원일은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독자적인 궤적을 걸어온 예술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전통음악의 토대 위에 서 있으면서도, 그것을 보존의 언어가 아니라 생성의 언어로 읽어내며 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왔다. 특히 한국 전통음악의 즉흥성과 집단적 에너지, 흐름과 충돌의 미학을 품은 시나위를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확장해온 점은 원일 음악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이번 북콘서트 역시 그 연장선 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책 『들뢰즈, 괴물의 사유』를 중심에 두되, 실제로는 원일이 평생에 걸쳐 구축해온 음악적·사유적 우주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행사 포스터에 담긴 문구는 이번 프로그램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들뢰즈, 괴물의 사유』를 통해 보는 국악인 원일의 시나위적 음악과 삶. 신神, 아我, 위僞, 하나가 되다.” 이 짧은 문장은 원일의 작업이 단지 소리를 만드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과 나, 진실과 위장, 원형과 변형, 의례와 공연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음악을 하나의 존재론적 사건으로 사유하려는 태도가 그 안에 응축돼 있다. 다시 말해 원일에게 음악은 아름다운 음을 배열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 몸과 정신, 전통과 현재가 서로 충돌하고 화해하는 현장을 조직하는 일에 가깝다.

 

이번 북콘서트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원일이 공연을 ‘현대적인 제의 양식으로 시도하는 굿’의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굿은 한국 전통문화 안에서 무속적 의례의 한 형태로 이해되지만, 원일은 이를 박제된 전통이나 민속적 재현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굿이 지닌 집단적 에너지, 시간의 전환, 감각의 환기, 몸과 소리의 총체적 결합이라는 측면에 주목하며 그것을 동시대 공연미학의 관점으로 다시 읽어낸다. 이때 공연은 더 이상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채 완결된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어떤 감각의 전이를 경험하는 과정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 원일의 음악은 전통음악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재적인 공연언어가 된다.

 

『들뢰즈, 괴물의 사유』라는 제목 또한 흥미롭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사유는 차이와 생성, 탈주와 변이의 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일이 이 철학을 자신의 음악과 연결해 읽어낸다는 것은, 예술을 고정된 형식이나 완결된 정체성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주되고 생성되는 흐름으로 본다는 뜻에 가깝다. ‘괴물’이라는 말 또한 규범적 질서 밖에 놓인 이질성과 예측 불가능성, 경계를 넘는 존재를 연상시킨다. 이는 정형화된 장르 구분을 넘어서는 원일의 음악적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전통음악이면서 현대음악이고, 국악이면서 퍼포먼스이며, 작곡이면서 의례인 그의 작업은 어쩌면 이런 의미에서 가장 ‘괴물적’인 예술의 형식일 수 있다.

 

원일의 이번 북콘서트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단지 국악의 전통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동시대의 감각과 사유로 다시 번역해내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시나위의 즉흥성, 굿의 제의성, 공연의 집단적 에너지를 하나의 현대적 언어로 엮어내는 그의 작업은 장르의 구분을 가볍게 넘어선다. 이 때문에 이번 행사는 국악 애호가뿐 아니라 철학, 공연예술, 인문학에 관심 있는 관객들에게도 폭넓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평론가 겸 안단테디자인 신정희 대표는 “원일의 작업은 국악이라는 장르적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적 제의와 공동체적 감각을 동시대 공연언어로 재구성해낸다는 점에서 매우 독자적”이라며 “이번 북콘서트는 책을 읽는 자리를 넘어, 음악과 철학, 몸과 사유가 만나는 하나의 복합적 문화 현장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공연예술이 점점 더 빠른 소비와 자극적인 형식에 익숙해지는 흐름 속에서, 원일은 오히려 느린 사유와 집단적 감각의 회복을 제안하는 보기 드문 예술가”라며 “그의 무대는 단순히 감상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자신의 감각과 내면을 다시 듣게 만드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원일은 국악의 현대화나 대중화라는 익숙한 수사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전통 안에 이미 잠재돼 있던 급진성과 실험성을 현재의 언어로 끌어올리는 데 관심을 보여왔다. 시나위의 즉흥성, 판의 감각, 굿의 제의성, 공동체적 울림 같은 요소들이 원일의 작업에서는 단순한 전통적 장치가 아니라 현대예술의 구조를 다시 묻는 질문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콘서트는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오늘날 한국 전통예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공론장으로도 읽힌다.

 

이호철북콘서트홀이 이어오고 있는 ‘문예북’ 시리즈의 취지도 이번 행사와 잘 맞물린다. ‘문예북’은 문학과 예술, 인문학을 매개로 책과 사람, 사유와 현장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왔다. 한 권의 책을 중심에 두되, 그 책이 생성된 맥락과 저자의 삶, 동시대적 의미를 함께 풀어내는 방식은 독서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원일이라는 예술가가 결합하면서 이번 ‘문예북 No.59’는 기존 북토크의 형식을 넘어서는 보다 복합적인 문화행사로 확장될 가능성을 갖게 됐다. 관객은 저자의 말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과 철학, 전통과 실험이 교차하는 현장을 함께 통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원일의 이야기가 특정 장르 애호가들만의 관심사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국악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도, 철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원일의 작업은 지금 우리가 예술을 왜 필요로 하는지, 공연장이 단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어떤 감각과 사유의 전환을 경험하는 장소가 될 수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콘텐츠의 시대에 원일이 말하는 음악은 오히려 느리고 깊게 스며드는 감각의 시간, 인간 안의 오래된 기억과 집단적 무의식을 호출하는 시간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콘서트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동시대 예술의 역할을 되묻는 하나의 제안처럼 다가온다.

 

한편 원일은 이번 자리에서 자신의 시나위적 작곡하기와 현대적 제의 양식으로 시도하는 공연으로서의 ‘굿’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들뢰즈의 철학과 엮어 듣는 음악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책과 음악, 말과 사유, 철학과 현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엮이는 이 프로그램은 원일 예술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드문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전통예술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생성될 수 있음을 증명해온 예술가 원일. 그가 이번에는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관객 앞에 어떤 사유의 울림을 남길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북콘서트는 4월 11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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