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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인터뷰] "단군신화에서 태어난 소녀"…작가 엘코링이 만든 '코링 세계'

엘코링, "예술은 정신의 자유에서 시작됩니다"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작은 바람개비를 단 소녀가 세상을 구하러 떠난다. 한국의 오래된 신화에서 태어난 캐릭터 ‘코링’이다. 서울 용산구 팬덤어스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마지막 날, 작가 엘코링(L Coring, 본명 이정은)을 만나 신화와 환경, 상상력이 결합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장에는 작은 바람개비가 달린 소녀 캐릭터 ‘코링’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곰과 호랑이, 그리고 바람개비 장치를 지닌 캐릭터들이 펼치는 서사는 동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환경과 보호, 공존이라는 동시대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엘코링은 단군 신화에서 출발한 캐릭터 ‘코링’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미술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선과 색을 구축해 온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이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코링 세계’를 보다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전시 마지막 날, 작가에게 코링의 탄생과 작품 세계에 대해 물었다.

 

Q. ‘코링’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코링은 한국의 단군 신화에서 출발했습니다. 단군 신화에서 곰은 인간이 되기 위해 동굴에서 수행을 하고 결국 여자가 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만약 그 존재가 어린 여자아이로 살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어요.

 

신화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저는 그것을 과거의 이야기로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신화가 오늘의 시대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코링은 단순히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캐릭터로 설정되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현재의 문제와 감정,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담아내는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코링의 세계관에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맞습니다. 코링은 낮에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평범한 아이지만, 밤이 되면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상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저는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무겁게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코링의 옷과 장신구에 친환경적인 상상력을 담았습니다. 코링이 쓰고 있는 바람개비 베레모, 바람개비 방패, 그리고 다양한 장신구들은 자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람개비는 아주 작은 물건이지만 바람을 만나면 움직이고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거대한 변화가 반드시 거대한 기술이나 장치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상상력과 작은 행동에서도 충분히 변화의 시작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코링의 바람개비는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Q. 작품 속에는 곰 ‘뚱웅’과 호랑이 ‘호랭이’가 함께 등장합니다.

 

뚱웅은 매우 순하고 충직한 성격을 가진 존재입니다. 코링을 따르며 함께 여행하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호랭이는 질투심도 있고 독립적인 성향도 강한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코링의 활동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두 캐릭터가 인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질투나 경쟁심 같은 감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링과 뚱웅, 그리고 호랭이의 관계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관람객 반응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요?

 

아트페어나 전시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낯설지만 그래서 좋다”는 평가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예술은 익숙한 것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낯설다는 말은 기존의 방식과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젊은 관람객들은 이런 낯섦을 비교적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이미지나 시각적 언어에 대한 감각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들도 코링 캐릭터를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덕분에 세대와 관계없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에서 색과 선이 매우 독특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저는 세종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과 호주 Billy Blue College of Design에서 공부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미술 환경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서양의 미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들이 제 작업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적인 선의 흐름과 서양적인 색채 감각이 함께 나타나는 화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강렬한 색과 부드러운 색이 함께 존재하고 캐릭터적인 요소와 회화적인 화면이 동시에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하나의 스타일에 갇히기보다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결합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Q.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의 자유입니다. 예술가는 생각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사고가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링이라는 캐릭터 역시 그런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탄생했습니다. 코링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양한 세계를 탐험합니다. 저는 그 자유로운 움직임이 예술가의 정신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결국 인간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이야말로 예술가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코링은 보호자 같은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보입니다.

 

코링은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존재가 세상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설정입니다.

 

저는 사랑과 보호의 에너지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링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정복하거나 공격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보호하고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코링은 상처받은 존재들을 돕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캐릭터입니다. 그런 설정을 통해 공존과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앞으로 코링의 세계관은 어떻게 확장될 예정입니까?

 

코링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입니다.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 세계관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코링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오늘은 코링이가 어디로 떠날까요?”

그 질문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코링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화에서 태어난 작은 캐릭터 ‘코링’은 지금도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 여정의 출발점은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한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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