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네오팝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감정과 결핍, 욕망의 구조를 탐색해 온 작가 미미(MeME)가 개인전 'WANTED'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한층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14일부터 4월 1일까지 서울 방배동 스페이스엄 갤러리(대표 엄윤선)에서 개최된다. 캐릭터 회화를 중심으로 구축해온 미미의 작업 세계가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서사, 그리고 AI 기술까지 연결되며 새로운 장면을 펼친다.
전시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자존(自尊)'의 문제를 중심에 둔다. 작가의 분신이자 페르소나인 캐릭터 '피그미(Pygmy)'를 통해 개인의 결핍과 욕망,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시각적 서사로 풀어낸다.
스페이스엄 갤러리 엄윤선 대표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자존의 문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자신의 페르소나이자 주인공인 피그미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며 "기존 회화 작업의 영역을 넘어 AI와 디지털 기술까지 확장한 작가의 역량과 의지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중심에는 미미의 대표 연작인 'WANTED' 시리즈가 있다. 이 시리즈는 하트 모양의 고글을 통해 바라본 행복의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작업이 이어지며 단순한 행복의 표상은 점차 욕망의 구조를 질문하는 이미지로 확장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종종 귀엽고 화려한 네오팝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결핍과 상처, 그리고 자기 이해를 향한 질문이 공존한다. 관객은 그 이미지를 따라가며 자신의 욕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는지를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WANTED' 시리즈를 비롯해 다섯 개의 주요 연작이 함께 공개된다.
결핍이 모여 오히려 복의 상징이 되는 세계를 보여주는 '해묘미' 시리즈, 자연의 이미지를 패턴화해 팝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팝 네이처', 감정의 층위를 블록 형태로 시각화한 '감정 블록', 그리고 이상적 세계에 대한 상상과 욕망을 탐색하는 '네버랜드' 등이다.

각기 다른 시리즈는 하나의 서사처럼 연결되며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정 지도처럼 구성한다. 관객은 작품 사이를 이동하며 자신의 욕망과 선택의 순간을 잠시 멈춰 바라보게 된다.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미미의 작업을 ‘정동의 네오팝(Affective Neo-Pop)’이라는 개념으로 읽어낸다.
그는 미미의 작업이 네오팝의 계보 위에 서 있으면서도 그 언어를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고 말한다.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등으로 이어지는 네오팝의 전통이 소비문화와 이미지의 유통 구조를 다루었다면, 미미의 작업은 캐릭터를 통해 자기 이해와 회복의 서사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안 평론가는 “미미의 캐릭터는 더 이상 단순히 유통 가능한 이미지가 아니라, 자기 이해를 매개하고 관객의 경험을 조직하는 서사적 존재로 기능한다”며 “이는 네오팝이 새로운 장면으로 이동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AI 기술과의 결합이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캐릭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피그미 AI 에이전트'가 처음 공개된다. 관객은 작품 속 캐릭터였던 피그미와 실제로 대화를 나누며 작가의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미 작가의 캐릭터 세계관을 바탕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공간미디어 기업 에스큐브랩(SQubeLab)과 글로벌 AI 커뮤니케이션 기업 클레온(CLEON)이 협업해 구현했다. 기술적 구현은 삼성전자 스페이셜 사이니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회화 속 캐릭터는 더 이상 평면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존재로 확장되며 예술 경험의 방식을 변화시킨다.

미미 작가는 이러한 확장에 대해 "나는 손으로 쌓아 올리는 물성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의 언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매체든 자존 회복과 결핍의 재해석이라는 작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기준을 두고 있다”며 “예술은 결국 우리 안에 질문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관객에게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WANTED'의 선택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한편 전시 개막일인 3월 14일 오후 2시에는 미술평론가 안현정과 미미 작가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이번 자리에서는 미미작가의 내면적 사유와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미미작가의 이번 전시는 네오팝의 화려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의 층위와 인간의 욕망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동시에 캐릭터 회화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동시대 예술이 확장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회화에서 시작된 작은 캐릭터의 서사가 이제는 AI와 관객의 대화로 이어지는 새로운 예술적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