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부산의 여름 끝자락,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명판으로 변모한다. 2026부산비엔날레가 오는 8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65일간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주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과 지역 유휴공간을 무대로 펼쳐질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 공동 전시감독 에블린 사이먼스와 아말 칼라프는 '불협'이라는 단어를 통해 동시대의 긴장과 가능성을 동시에 호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언어의 위기에서 출발한다. 말은 넘쳐나지만 대화는 사라지고, 언어는 설득이 아닌 대립의 도구로 소진되는 시대. 기획진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노래'와 '소리'에 주목한다. 소리는 의미를 고정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감정과 리듬, 기억을 동시에 품으며,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겹쳐진다.
'불협하는 합창'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전시의 구조를 설정한다. 하나의 완결된 화음이 아니라, 이질적인 음들이 겹치고 쌓이며 만들어내는 집단적 울림. 음악, 안무, 영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는 목소리와 몸짓, 리듬을 통해 전시장을 '공연의 장'으로 확장한다.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존재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서 호흡하며 공명하는 존재가 된다.
부산은 이미 다성적 기억이 축적된 도시다. 해양과 항구, 이주와 노동, 피란과 재건의 시간이 교차해온 공간. 바다를 향해 열린 도시의 지형은 수많은 도착과 출발의 서사를 품어왔다.
이번 비엔날레는 부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공명판'으로 삼는다. 도시의 소리와 해양의 진동, 항구의 리듬은 작품들과 맞물려 새로운 층위를 형성한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전시 구성은 제도적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도시 일상 속으로 예술을 스며들게 한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시간성과 예술의 현재성이 교차한다.
합창은 단일한 목소리가 아닌 복수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구조다. 불협은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긴장의 에너지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입장과 정체성, 문화적 배경이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를 탐색한다.
전시는 관객을 '집단적 퍼포먼스'로 초대한다. 목소리와 몸, 청각과 공간 감각이 교차하며 전시는 하나의 살아 있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는 미술 전시의 형식을 확장하는 시도이자, 공동체적 감각을 재사유하는 제안이다.
공동 전시감독 중 한 명인 아말 칼라프는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ArtReview가 발표한 '2025 파워 100'에서 43위에 선정되며 국제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국제적 큐레토리얼 경험과 부산의 장소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번 비엔날레는 동시대 예술의 또 다른 지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부산시와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박형준 부산광역시장)는 향후 참여 작가와 연계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불협하는 합창'은 완결된 메시지를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말할 것인가. 어떻게 서로 다른 목소리를 지우지 않으면서 공존할 것인가.
도시의 소리와 예술의 리듬이 교차하는 65일. 2026부산비엔날레는 분열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집단적 상상력을 부산이라는 무대 위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