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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축제

'순수한 기쁨에서 본능적 열망까지'... 서울시발레단, 2026 시즌 여는 더블 빌 'Bliss & Jakie' 개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시발레단이 2026 시즌의 문을 여는 첫 무대로 더블 빌 'Bliss & Jakie'를 선보인다. 하나의 밤, 두 개의 세계. 한 작품은 춤의 가장 순수한 기쁨을 말하고, 다른 작품은 몸의 본능적 욕망을 밀어 올린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감각의 배치를 통해 서울시발레단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동시대 발레의 좌표를 분명히 제시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레퍼토리 소개가 아니라 “발레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고전 발레의 정제된 아름다움에서 시작해 전자음악과 집단적 트랜스 상태에 가까운 신체의 에너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오늘날 발레가 더 이상 하나의 양식으로 정의되지 않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첫 작품은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의 대표작 《Bliss》다. 서울시발레단은 2025년 아시아 초연 당시 관객 평점 만점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고, 이번 시즌 개막작으로 다시 선택했다.

 

'Bliss'는 이야기보다 감정을, 의미보다 경험을 택한다. 음악은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전설적인 라이브 음반 The Köln Concert. 즉흥성과 서정성이 공존하는 피아노 선율 위에서 무용수들은 특정한 인물도 사건도 아닌 ‘지금 춤추는 순간의 기쁨’을 몸으로 드러낸다.

 

무대 후반, 모든 무용수가 원을 그리며 달린다. 하나의 원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궤적은 조금씩 어긋난다. 그 미세한 어긋남 속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다시 맞물린다. 이 작품이 말하는 행복은 완벽한 조화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시간 그 자체다.

 

서울시발레단에게 'Bliss'는 단순한 재연이 아니다. 새롭게 합류한 시즌 무용수들이 전원 참여하면서 앙상블의 밀도가 달라졌고, 작품은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집단의 호흡을 보여주는 무대로 확장된다. 춤을 ‘잘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공연이 된다.

 

이어지는 작품은 세계 무용계에서 가장 뜨거운 안무가 듀오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의 'Jakie'다. 2023년 Nederlands Dans Theater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Bliss'가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Jakie'는 신체의 강박적인 리듬이다. 작곡가 오리 리히틱의 반복적 전자음악이 울리면 무용수들의 몸은 점차 개인의 표현을 벗어나 집단적 패턴으로 수렴한다. 동작은 미니멀하지만 긴장은 계속 상승한다. 관객은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감각에 잠식된다.

 

피부처럼 밀착된 의상, 초현실적 조명, 의식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은 발레의 수직적 아름다움을 해체하고 수평적 에너지로 바꾼다. 이 작품에서 무용수는 인물이 아니라 상태다. 감정이 아니라 충동이며, 표현이 아니라 존재다.

 

샤론 에얄은 자신의 목표를 “완전한 감각(total feeling)”이라 말한다. 'Jakie'는 바로 그 감각의 구현이다. 관객은 이해하기보다 반응하게 되고, 해석하기보다 체험하게 된다.

서울시발레단이 이번 더블 빌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대비가 아니다. 두 작품은 서로를 설명한다.
'Bliss'가 인간이 타인과 연결될 때 느끼는 기쁨이라면, 'Jakie'는 개인이 집단 속에서 사라지며 발생하는 에너지다. 하나는 관계의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존재의 충동이다.

 

창단 3년 차를 맞은 서울시발레단은 레퍼토리 안정화와 동시대 감각 확장을 동시에 시도한다. 검증된 작품과 도전적인 신작을 병치한 선택은 발레단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고전을 보존하는 단체가 아니라, 발레라는 형식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드는 단체라는 선언이다.

 

결국 이 공연은 두 편의 작품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다.
발레는 아름다운가, 아니면 강렬한가.
서울시발레단의 대답은 명확하다. 둘 다라는 것이다.

 

순수한 환희에서 시작해 본능의 에너지로 끝나는 이 밤은, 발레가 여전히 현재형 예술임을 증명하는 시즌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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