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하늘은 차가운 색일까. 홍승혜 작가는 이 오래된 인식에 질문을 던진다. 어느 날 올려다본 푸른 하늘이 차갑기보다 오히려 온몸과 마음을 감싸는 포근한 색으로 다가왔던 경험, 그 원초적인 감각에서 그의 작업은 시작됐다. 눈으로 인지하는 색이 아니라, 마음으로 먼저 느껴지는 온도. 홍승혜의 예술은 그 ‘따뜻함’이라는 감각을 붙잡아 시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Art SpaceX에서 열리는 홍승혜 개인전 'Pong Dang Pong Dang – warmth on the sky'(2025년 12월 23일~2026년 1월 11일)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따뜻함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회화, 판화, 설치, 영상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는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하지만, 그 근원에는 하나의 질문이 놓여 있다.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감정은 무엇인가.”
홍승혜가 말하는 따뜻함은 물리적 온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시각적 효과로 연출된 따뜻함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 희망과 신뢰 속에서 체화되는 정서다. 작가는 이 감각을 모성애, 희망, 관계(縁), 동심이라는 네 개의 축으로 확장해 왔고,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희망·縁·동심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희망' 시리즈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유학 시절, 낯선 환경과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도 작업은 그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 힘이었다. 대표작 '황금새의 날개짓'에 등장하는 황금새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황금처럼 빛나는 희망의 존재이자, 실패를 겪고도 다시 비상을 준비하는 인간의 내면을 닮은 형상이다.
바다에 떨어져 좌절의 시간을 통과한 황금새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힘차게 퍼덕이며 다음의 비상을 예비한다. 이 장면을 감싸는 색은 역설적으로 파란색이다. 그러나 이 파랑은 차갑지 않다. 작가가 말하는 ‘따뜻한 파랑’은 희망이 반드시 밝은 색으로만 표현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설득한다.
'縁(연)' 시리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한다. 홍승혜는 관계를 단절과 완결의 구조가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의 구조로 바라본다. 이를 위해 작가는 뫼비우스의 띠, 반석, 운명의 빨간실이라는 세 가지 모티브를 호출한다.
뫼비우스의 띠는 언어와 소통을 통해 이어지는 관계의 은유다. 아이가 옹알이로 엄마와 교감하는 장면에서 출발한 이 형상은, 결국 모든 인간관계로 확장된다.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구조는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지속됨을 암시한다.
반석은 보호와 신뢰의 상징이다. 작가에게 반석은 신앙적 의미를 넘어, 자신과 타인을 이어주는 믿음의 기반이다. 화면 속 돌들의 배열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화면 밖으로 이어질 것 같은 구조는, 관계 역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속된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운명의 빨간실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이어져 온 모티브다. 공간과 사물을 가로지르는 붉은 실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처럼 이어지는 인연의 감각을 시각화한다. 그 실은 관계의 소중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번 전시의 정서적 중심에는 '동심' 시리즈가 있다. 童心(아이의 마음)과 動心(움직이게 하는 마음)이라는 두 개의 한자를 결합한 이 시리즈는, "지금 우리는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퐁당퐁당'은 어린 시절 물수제비를 뜨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목적 없이, 결과를 계산하지 않고 돌을 던지던 순간의 감각. 무모할 만큼 순수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몰입과 행복이 있었다. 홍승혜는 이 감각을 통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효율과 성과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그러나 삶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감정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퐁당퐁당' 시리즈의 첫 3D 영상작품이다.
부제 'Yun Seul on the sky'로 소개되는 이 작품은 하늘에서 떨어진 '행복의 돌'이 물 위를 튕기며 윤슬처럼 번져가는 장면을 상상해 구현했다. 돌이 물에 닿을 때 발생하는 작은 파동은 곧 빛의 진동으로 확장되고, 따뜻함은 감정의 개념을 넘어 시각적 리듬으로 체화된다.
이 영상은 작가에게 있어 표현의 새로운 도전이자 확장이다. 회화와 설치에서 다뤄졌던 따뜻함의 정서는 영상 속에서 시간성과 움직임을 획득하며, 관람자의 감각을 보다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함께 전시되는 스틸컷은 영상의 여운을 공간 안에 정지된 이미지로 남긴다.
'Pong Dang Pong Dang – warmth on the sky'는 거대한 담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작고 사적인 감각에서 출발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로 확장된다. 작품 속 색과 선, 반복되는 형상들은 서로를 비추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관람자는 그 안에서 오래된 기억의 온도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음의 떨림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는 묻는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언제, 이유 없이 가슴이 뛰어본 적이 있는가.
홍승혜의 '퐁당퐁당'은 그 질문을 하늘에서 물 위로, 그리고 다시 관람자의 마음속으로 떨어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