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자연의 작은 순간이 한 점의 물방울에 고스란히 담긴다.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 2관에서 열리는 이영수 개인전(9월 10~21일)은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물방울’ 연작을 비롯해 자연의 서정을 화폭에 담은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찰나의 순간에 깃든 생명과 순환의 의미를 되새기는 명상의 공간으로 마련된다.
이영수 작가에게 물방울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순간과 자연의 호흡을 포착하는 일종의 렌즈이며, 그 안에 세계의 질서와 아름다움이 스며든다. 숙명여대 미술대학과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37회의 개인전, 300여 회의 단체전을 거치며 물방울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회화 어법을 구축해왔다.
물방울은 투명하고 쉽게 사라지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세상을 담아내는 무한한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이 작가는 바로 그 찰나의 세계를 화폭에 붙잡아, 현실을 넘어선 서정적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그에게 물방울은 눈에 보이는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드러내는 ‘회화적 언어’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사실적 묘사와 섬세한 표현을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한 자연 풍경화와는 결을 달리한다. 화면 속 물방울은 관람자의 시선을 응축된 세계로 끌어들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명상적 공간이 된다. 투명한 색채와 영롱한 표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순간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내면의 정화를 경험하도록 이끈다.
특히 물방울이 반짝이며 맺히는 장면은 생명의 호흡을 상징한다. 이는 자연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라짐과 생성을 반복하는 순환의 의미를 환기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삶의 찰나성과 동시에 영속성을 함께 그려내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는 물방울 연작 외에도 낙엽, 꽃잎, 나뭇가지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연의 조각들이 화면에 담겼다. 이 소재들은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며,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층 확장한다. 낙엽이 지는 순간에도, 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에도 생명의 고리와 새로운 시작이 숨어 있다.
이는 자연을 단순한 관찰 대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재한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도로 읽힌다. 작가의 섬세한 화면은 곧 작은 사물의 미시 세계에서 거대한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게 하는 장치다.

세종뮤지엄갤러리 관계자는 “이영수 작가의 화면은 눈앞의 작은 물방울을 통해 거대한 자연의 원리를 일깨운다”며 “이번 전시는 자연과 생명의 서정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무료로 개방되며, 관람객들은 영롱하게 맺힌 물방울을 통해 자연의 울림을 체험할 수 있다. 빠르게 소멸하는 물방울 속에서 오히려 영원성을 발견하게 하는 작가의 시선은, 동시대 미술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