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8 (화)

  • 흐림속초 14.2℃
  • 흐림동두천 15.1℃
  • 흐림춘천 14.8℃
  • 흐림강릉 15.7℃
  • 흐림동해 15.1℃
  • 흐림서울 16.5℃
  • 흐림인천 16.9℃
  • 청주 18.2℃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전주 23.2℃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맑음제주 26.3℃
  • 구름조금서귀포 26.1℃
  • 흐림양평 16.8℃
  • 흐림이천 16.2℃
  • 흐림제천 15.1℃
  • 흐림천안 17.6℃
  • 흐림보령 19.7℃
  • 흐림부안 21.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전시

MOMA K GALLERY, 이영수 개인전 "REMAIN – Between Disappearance and Light" 개최

사라짐의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 빛, 존재의 온기를 그리다
풀잎 끝의 이슬과 낙엽의 시간, '남음'의 빛을 그리다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서울 관악구 관악로의 MOMA K GALLERY가 오는 11월 4일부터 12월 3일까지, 이영수(LEE YOUNG SOO, b.1959) 작가의 개인전 'REMAIN – Between Disappearance and Light'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목 그대로 '사라짐과 남음 사이'에서 빛이 남기는 흔적을 그려내며, 일상의 찰나와 감정의 지속성을 회화로 포착한다. 작가는 풀잎 끝의 이슬과 늦가을의 낙엽을 통해 사라짐과 남음, 소멸과 시작, 생명과 기억이 맞닿는 지점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의 언어다."

이영수의 작품세계는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작가의 화면은 존재의 흔적이 희미해지는 자리에 남는 잔광을 포착한다. 새벽 풀잎 끝에 맺힌 이슬, 늦가을 골목길의 낙엽, 빛이 스치며 남긴 여운. 그의 회화는 현실의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시간의 결이 남긴 감정의 온도를 기록하는 일에 가깝다.

이영수의 대표작 'Natural Image' 시리즈는 유년의 기억과 순수로 회귀하려는 작가의 사유에서 출발한다.

그는 풀잎 끝의 이슬을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아름다움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선물"로 해석한다. 그가 그려낸 물방울 속에는 계절의 빛, 공기의 밀도, 시간의 흔적이 포개진다. 작가는 그 작은 한 방울 안에서 또 다른 세계를 본다. "물방울 속에 또 다른 세계가 비친다"는 그의 말처럼, 이슬은 세상을 담은 소우주이며, 존재의 순환을 상징한다.

 

또 다른 연작 'Natural Image(Late autumn)'과 'Natural Image(Wealthy)'는 낙엽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이치를 말한다. 그에게 낙엽은 시든 삶의 잔여가 아니라, 겨울을 견디기 위한 준비이며 다음 계절을 예비하는 약속이다. 노란 은행잎의 화면은 쓸쓸함보다 희망의 색을 띠고, 그 아래 자리한 벤치나 의자 형상은 쉼과 회복을 암시한다. 그의 색은 맑고 투명하다.

수천, 수만 번의 붓질을 통해 얇은 색층이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인다. 이 겹올림의 반복은 한국화의 수간채색을 연상시키며, 절제된 호흡 속에서 시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 축적된 색의 레이어는 시간의 흔적이자, 사라짐과 남음의 경계에서 생명의 체온을 붙잡는 행위로 읽힌다.

 

이영수는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39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국내외 단체전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작품은 선화랑, 가나인사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등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되었으며, 인도 첸나이 비엔날레(Chennai Biennale)의 전시감독(2022–2024)을 맡아 국제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의 회화는 물성을 넘어 존재의 순환, 사라짐, 머묾, 다시 태어남의 과정을 시각화하는 명상적 기록이다.

작가는 "이슬의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한 방울에 그리움이, 또 한 방울에 설레임이 있다. 비록 찰나의 아름다움이지만, 나는 너를 볼 때마다 새로운 시작을 본다."고 말한다.

또한 낙엽에 대해 "낙엽은 시들어가는 황혼이 아니다. 겨울을 건너기 위한 지혜이며, 다시 태어날 봄의 약속이다."라고 단언한다.

'REMAIN – Between Disappearance and Light'展은 작가의 철학이 응축된 회화적 사유의 장이다. 그의 화면은 서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백과 호흡을 통해 관람자 각자의 기억과 시간을 불러들이며, 개인의 내면으로 향하는 명상의 공간을 만든다.

 

오늘의 사회가 빠른 속도와 소음 속에서 감정의 결을 잃어가고 있을 때, 이영수의 회화는 잊혀가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되살린다.

그의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묻는다.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았는가. 그 순간, 화면에 스민 빛은 조용히 답한다.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다른 형태로,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배너

CJK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