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갤러리세인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며, ‘꽃자락에 봄이 스며들다'라는 타이틀로 전지연 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봄은 모든 것이 새롭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작가 작업의 근간인 ‘얼개’의 다양한 색채와 유기적 구조를 통해, 봄이라는 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순환과 희망을 담아내었다. 또한, 삶과 자연, 그리고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존재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얼개’는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를 뜻하는 단어로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건축에서 얼개는 건물의 골조나 구조적인 틀을 의미한다. 문학에서는 이야기의 얼개라고 하면 이야기의 기본적인 구성이나 플롯을 가리킨다. 예술에서는 형상의 얼개가 작품의 기초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작가에게 '얼개'는 유기적인 형태를 가지면서도 서로 얽혀, 연결되고 확장되는 구조로, 삶과 관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하는 매체로 사용된다. 이와 같이 단순한 형태를 넘어 유기적인 구조를 지닌 존재인 얼개는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그 이미지도 불분명하다. 작가는 “얼개는 어망을 연상시키며, 인간 내면의 강함과 약함, 그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담아낸다. 또한,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는 삶의 순환 속에서 존재하는 철학적 개념”이라고 언급한다. 그 누구도 얼개를 완벽하게 정의하고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지만 작품을 바라보며 각자가 느끼는 감각과 감상의 과정 자체로 아름다움을 지닌 채, 존재 자체로서 빛을 발한다.
작품 제목은 대부분 ‘Flowing’을 포함한다. 얼개의 의미를 되짚어보면, 단순히 물리적인 흐름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시간, 감정, 관계, 삶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삶,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인간의 삶과 경험을 상징한다. '얼개'라는 주제 속에서 'Flowing'은 자연의 유기적인 흐름과 조화를 나타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 방식 또한 특정한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과 물질이 겹겹이 쌓이며 변형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얼개를 형성하며,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 자체가 ‘Flowing’이라는 개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15년부터 사용해온 자작나무 오브제는 평면적 형상을 입체적이고, 공간으로 확장하게 해 준다. 이는 얼개의 개념을 더욱 다차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며, 감각적으로 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자작나무의 감각적인 형태 속 나이테는 시간의 축적과 존재의 흔적을 상징하며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자칫 작가의 작품을 미니멀을 추구하는 색면추상으로 단정지어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 색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색은 희망과 따스함을, 또 다른 색은 고독과 깊은 사유를 상징하며,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얼개의 표현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미적 가치가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조화로운 삶을 의미하며, 성찰의 시간을 담아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주는 이러한 미적 경험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화려하고 조화로운 색의 향연 속, 작품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가 있다. 작가는 돌가루를 사용하여 시각적인 무게감과 삶의 무게를 더하였다. 시간이 흐르며 변형되는 돌가루의 물성은 삶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흔적과 같으며, 무수한 작은 입자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방식은 존재의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불규칙한 색의 층위와 경계를 돌가루라는 자연의 요소를 통해 더욱 유연하게 만들며, 불완전함 속 균형을 표현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한편 '꽃자락'은 단순한 꽃잎이 아니라, 섬세한 부분을 가리킨다. ‘봄’은 만물이 깨어나고 따스한 대지의 기운이 올라오는 생명과 변화의 계절이다. 꽃자락에 봄이 스며든 듯한 색감과 형상으로 생명이 서서히 자연스럽게 퍼지는 섬세한 감정과 내면적인 울림을 감각해보며, 따뜻함을 작품을 통해 느껴보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전시를 통해 각자의 얼개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얼개와 봄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시간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