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문지윤, 그녀는 첼리스트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대가 사라진 그날부터 그녀는 매일 그린다. 자화상을. 캔버스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은 첼로다. 그녀의 그림 속엔 첼리스트 삶 속에 깃든 한 인간, 여자, 엄마, 연주자의 모습이 들어 있다.
"그녀의 그림은 매끄럽게 정돈되어 있지 않다. 거침없다. 날 것의 느낌이다. 그러나 날카롭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터치감이 있다." 사람들은 첼리스트 문지윤의 그림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들의 그림처럼 규칙이나 기법이 없이 자유자재로 그린다.
지난 2020년 어느날 자연재해처럼 찾아온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무대가 사라진 상황에 어떠한 계획조차 세울 수도 없었고,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그 순간에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흐르는대로의 삶에 순응해보기로 결심하며 살아가던 중 그 순간들의 심정들을 기록하고자 열게 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 그러다 파스텔, 그러다 오일 파스텔, 그러다 아크릴로 백일 동안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그저 답답한 마음을 긁적이듯 스케치북에다 분풀이를 했고, 그러다 어느새 평온해지는 맘을 찾는 순간도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리는 행위는 그녀의 마음을 살피고, 어루만지는 시간이 되고, 그 치유의 시간을 통해 지혜를 찾아가는 명상의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백일을 훌쩍 넘기고도 그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삼 년 넘게 지금껏 그리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은 결국 음악이고, 도구만 바뀌었을 뿐이지 결국 멜로디를 점·선·면으로, 리듬을 구도와 공간감으로, 하모니를 색의 배색으로 연주를 하는 표현의 확장이라고 말한다.
평생 직업이 첼리스트이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낙서하다'라는 뜻의 제주어 '엥기리다'에 -ist를 붙여 《엥기리미스트-Engirimist》라는 명칭으로 활동 중이다.
한편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거인의 정원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및 오프닝공연에 비올리스트 김다현과 문지윤의 후배와 제자로 구성된 첼리스트 주희정, 이현지, 박소현, 서지은의 포첼로 공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 문지윤 작가 프로필
8월 초대전 <처음 내 맘>
-제주 예술창고 내맘
2023년 8월 5일-9월 4일
9월 초대전 <I AM THE CELLO>
-강원도 夏갤러리
-2023년 9월 1일-9월 30일
11월 개인전 <I AM THE CELLO>
-제주 거인의 정원
-2023년 11월 28일-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