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3 (화)

  • 맑음속초 24.1℃
  • 맑음동두천 26.2℃
  • 맑음춘천 26.4℃
  • 맑음강릉 25.2℃
  • 맑음동해 23.9℃
  • 맑음서울 28.8℃
  • 구름조금인천 28.1℃
  • 구름많음청주 27.7℃
  • 흐림대전 27.5℃
  • 맑음대구 24.6℃
  • 구름많음전주 28.3℃
  • 맑음울산 23.9℃
  • 맑음광주 27.5℃
  • 맑음부산 25.9℃
  • 맑음제주 28.0℃
  • 맑음서귀포 28.4℃
  • 맑음양평 26.3℃
  • 맑음이천 26.2℃
  • 맑음제천 23.3℃
  • 흐림천안 25.7℃
  • 맑음보령 27.4℃
  • 맑음부안 27.9℃
  • 구름조금강진군 25.0℃
  • 구름조금경주시 22.7℃
  • 구름조금거제 24.2℃
기상청 제공

핫이슈

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 향년 73세로 별세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영상 매체를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립하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한 미국의 비디오 아트 거장 빌 비올라(Bill Viola)가 7월 12일 향년 73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사인은 알츠하이머병. 배우자이자 오랜 협력자 키라 페로프(Kira Perov)를 비롯한 작가의 유족은 비올라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자택에서 평안히 별세하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많은 미술계 인사 및 동료 작가들이 거장의 작고 소식에 조의를 표하고 있으며, 특히 비올라와 협업한 바 있는 이우환은 다음과 같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나의 친구 빌 비올라, 비디오를 고차원의 아트로 끌어올린 위대한 선구자는 길이 빛나리.”

 

빌 비올라는 건축적 비디오 설치, 사운드 설치, 전자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탄생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일관되게 탐구하며 뉴 미디어, 비디오, 설치 미술 분야의 개척자로 평가받았다.

 

동서양 미술은 물론 불교의 선종, 이슬람의 수피교, 기독교의 신비주의와 같은 영적 전통에 근간을 둔 그의 작업은 인간의 삶에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영상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특히 비올라는 시간성이라는 주제에 천착, 이를 미술로 승화시킴으로써 비디오 아트 전반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작가는 특히 고속 촬영을 통한 슬로우 모션 기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시간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느리게 조절하고 그 흐름을 시각화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사유하도록 이끌며 지각과 인지를 변화시켰다. 

비디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면서, 비올라는 매체의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개념 및 기술들을 꾸준히 실험했다. "인식의 행위 자체는 단순한 현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 사실상 지식의 형태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즉 내가 비디오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와 소리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체계를 들고 있는 것이다.” 비올라의 이러한 발견들은 비디오가 현대 미술의 중요한 형태가 될 것임을 확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그의 작품은 후대 작가들과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난 50년간 빌 비올라의 작품은 다양한 전시를 통해 전 세계 관객을 만난 한편 매 시기 비디오 아트의 새 지평을 열었다. 비올라는 19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국을 대표하여 참가해 작가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인 〈The Greeting〉을 선보였다.

 

매너리즘 화가 자코포 다 폰토르모(Jacopo da Pontormo)의 그림 〈Visitation〉(c. 1528-1530)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새로운 표현 영역의 문을 열었으며 추후 등장할 내러티브 작품의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2002년에는 도이체 구겐하임 베를린(Deutsche Guggenheim Berlin)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의 커미션을 받아 첫 번째 고화질 비디오 작 〈Going Forth By Day〉를 제작했다.

 

현존하는 설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쁨과 슬픔의 순간이 공존하는 삶의 순환을 표현한다.

 

2004년에는 오페라 감독 피터 셀러스(Peter Sellars)와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과 함께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의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를 위한 프로젝트를 작업하였는데, 이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의 초연 이후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Opéra National de Paris, Bastille), 뉴욕 링컨센터(Lincoln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고 있다.

 

살아생전 거장들의 작품을 흠모했던 비올라는 그중에서도 특히 미켈란젤로에게 매료되었다. 2010년에는 피렌체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함께 비올라의 〈Emergence〉(2002)가 설치되었다.

 

왕립 아카데미(Royal Academy)는 2019년에 《Bill Viola/Michelangelo: Life, Death, Rebirth》를 개최하여 왕립 미술 컬렉션(Royal Art Collection)이 소장한 미켈란젤로의 회화 14점과 비올라의 영상 작품 12점을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2003년, 2008년, 그리고 2015년에 빌 비올라의 전시를 개최하며 철학적, 신비적, 영적, 미술사적 전통에 대한 뛰어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오는 11월 서울점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일평생 삶과 죽음, 그 여정에서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주제를 탐구해 온 혁신적인 비디오 아트 작품들을 다시금 고찰할 예정이다. 


CJK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