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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복합문화공간 금호알베르, '不二火' 기획전 개최

한원석 작가의 새로운 설치작업, 알베르의 심장이 베일을 벗었다.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
2023년 12월 12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알베르의 붉은 심장이 베일을 벗었다. 기후변화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지나 그 어감의 약조를 넘어 지구 가열화 (Global Heating)를 외치고 있다. 극적인 더움과 추움을 경험하며 우리는 가히 들끓는 지구 (Global Burning)에서 몸부림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인류는 우리가 하나의 지구안에 있고 지구가 우리 안에 있음을 잊은 채 300년 이상의 습관속에 여전히 살고 있다. 不二門’ 즉 “진리의 근원은 하나라는 것을 망각한 채여기 이 이례적인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염려하는 작가와 음악가 그리고 공간이 있다.

원래 그 존재가 하나인 인간과 자연이 부조화로운 환경적 관계를 맺어온 것을 탄식하고 고발하며 다시금 조화로움을 찾고자, 지속적으로 버려진 폐기물을 재료로 설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설치미술가 한원석과 전통과 현대성의 모순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내재되어 있는 변증법적 원칙을 깨달은 바흐의 푸가를 재해석한 음악가 시율이 만났다. 

 

푸가의 어원은 라틴어 fugare (쫓다), fugere (쫓기다)이다. 즉 한 성부가 다른 성부에 이어서 선율을 모방하는 것과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작가 한원석과 음악가 시율은 마치 푸가의 어원처럼 행동하였다. 

 

예술경계안에서 서로를 쫓고 쫓기며 대위를 이루었고 대화를 이어갔다. 작가가 제시한 주제에 반응하는 음악가는 변주하며 푸가를 이룬다. 더블베이스, 오르간, 일렉트로닉 피아노, 일렉트로닉 하프 4성부 구성으로 다타버린 심장, 마지막 남은 불꽃으로부터 다시피어오르는 생명의 음악을 표현한다.

 

이 두 다른 예술가가 진흙빛으로 변해버린 우리들의 실체 앞에서 연주한 대위법은 헐벗은 알베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껍데기만 간신히 남아버린 알 몸안에 가득 번지는 붉은 빛의 진동을 느껴보자.

 

한원석 작가는 버려진 종이관을 활용하여 마름모 형태의 심장을 설치하고 이에 맞추어 음악가 시율은 맥동하는 음악, 14분, 2023을 선보인다.  

 

작가는 쓰레기에 불과한 종이관이 예술로 인해 생명력의 상징인 심장이 되었듯, 목욕탕 그리고 교회로 쓰이던 금호알베르가 이제는 하나의 울림통이 되어 공간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길 바란다고 했다.

 

작가 한원석은 2003년 담배꽁초 73000개로 만든 작품 으로 데뷔, 2006년 자동차 폐헤드라이트 1374개를 쌓아만든 첨성대를 재현한 ‘환생’을 비롯하여 2008년 폐스피커 3088개로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선덕대왕신종을 재현한 ‘형연’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와 현대미술을 동시에 아우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 전시 평론 박순영 現문화공간모음 대표, 前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작가의 많은 작품들에서 주된 소재는 ‘소리’와 ‘빛’으로, 이는 비물질적인 요소로서 작품의 형식과 의미의 근간을 이룬다. 작가에게 소리와 빛은 작품에서 다루는 ‘대상들(Objects)’에 주체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시 말해, 기계적인 수단이나 도구로 기능하는 사물들을 갖고선 자신의 방식대로 작품화하여 존재론적 위상을 부여한다.

 

이번 작품도 그의 작품의 주된 소재인 소리,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해, 이 곳 알베르에서 개최했던 에는 소위 ‘검정종’을 전시했었다.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전시장에 설치된 종을 보고 칠흙같은 ‘검음(玄)’이 빛(조명)과 함께 ‘밝음(炫)’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흑(어둠)’과 ‘빛(밝음)’을 의미하는 동음이어 ‘현’은 언어유희가 아니라, 실제 동양의 뿌리깊은 사상을 반영한다. 검을 ‘현’에는 ‘하늘’이나 ‘그윽한’의 의미가 있다. 

 

여기서 하늘은 ‘우주’를 말하며, 우주는 경계 없는 무한대로서 그 안에서는 둘이라는 구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의 ‘불이화’는 ‘밝음(火)’과 ‘검음(玄)‘이 하나로 합쳐진 빛날 ‘현(炫)’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지난 번 ‘종’에서 시도했던 빛과 어둠의 ‘하나됨’의 관계를 이번에는 아예 하나로서 묶어버린 형국이다. 우리는 여기서 ‘검정’이 빛의 근원이자 모든 색의 총합이고, 모든 빛은 그 어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감지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일반적인 언어로는 “둘이라서 둘이 아니다”라고 한다거나 “둘이기 때문에 하나일 수 있다”라는 등의 모순되거나 역설적인 방식 말고 달리 표현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작품 또한 물질로 구체화된 이유로 작품내의 요소들 각각의 경계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긴 하다. 경계나 구분을 없앨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허물어뜨리거나 뒤섞어야 할 이유도 없다. 작가가 소리를 진지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가 ‘한원석’은 소리의 원리를 갖고 만물이 서로 관계 짓는 이러한 근원의 방식을 드러내기 위해 뮤지션 ‘시율’과 협업하였다. 그리고 두 예술가는 작품이 설치되는 긴 시간동안 수많은 조정을 거쳐 비로소 심연의 소리이자 진동인 ‘심박음’ 을 만들어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리는 하나의 ‘장’에서 모든 것을 전부 수용한다. 달리 말하면 모든 것에 의해서 하나의 소리가 된다. 알베르에 매달린 심장은 건물을 몸(신체) 삼아 소리를 내게 되는데, 그 순간 공간에 있는 모든 청중과 사물, 건물의 오래된 벽,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대기와 먼지,결국에는 붉은 빛 조차도 그 음에 공명하며 소리를 발생시키는 파동의 주체가 된다. 

 

하나의 소리는 그렇게 가청범위의 모든 것을 포함함으로서만 온전해진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소리 아닌가”라고 할 것이다. 예술품은 인위적인 사물이다. 그 인위성이 진리에 대적할 만치 우주의 이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주느냐의 문제가 중요할 따름이다. 그런 면에서 한원석의 작품은 소리의 원리에 내재된 만물의 주체가 맺는 관계성을 예술의 방식에서 표현해내는데 일정 정도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관객(청중)인 우리가 작품을 조우할 때만이라도 어떤 생각이나 판단을 잠시 중지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번 작품에 사용된 검정지관들은 앞서 보타닉하우스에 전시했던 ‘파파게노:Re dream’에서 소리나는 나무로 기능했던 형형색색의 지관들이다. 그때의 작품은 유리천장에 딱 맞게 끼워진 ‘색기둥-나무’와 실내정원에 걸맞는 ‘새소리-음악’으로 구성된 장소특정적인 형식의 작품이다. 

 

작가는 이러한 형식을 ‘즉흥성’에 의한 것이라 표현했다. “예술에서 즉흥성은 아주 중요하고, 예술가는 장소에 맞춰서 작품을 변형하고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작가인터뷰) 이 말이의미하는 바는 그에게 예술은 논리적인 계획보다는 직관적인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공간에 적합한 방식으로 있기 위해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즉흥적으로 몸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으로 완결되는 순간은 섬광처럼 즉흥적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을 향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얼마나 지난했을까. 게다가 애써 벌어놓았던 파파게노를 순식간에 해체할 때의 그 심정은 또한 어떠했을까. 그 허무의 심정을 만회라도 하듯이 작가의 즉흥성은 알베르의 공간에서도 여실히 발휘되었다. 

 

그렇게 형형색색들의 지관들을 해체하는 순간부터 공간에 설치되어 “이정도면 되었다”고 하는 순간까지, 여기에 음악가 시율과 작품의 소리음을 끊임없이조율하는 모든 시간들까지 모여 여기서만 온전한 의미를 얻게 된 하나의 작품으로 완결되었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말한다. 이해하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하기엔 어렵다. 예술은 자신의 모습을 허물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다른 것을 해하거나 변형시키지도 않으면서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방식이다. “아름답다는 것의 의미가 너답다는 거래.” 작가가 한말이다. 어떠한 기준을 따르지 않고, 그렇다고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즉흥적으로 매 순간을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의미가 있는 삶이 아닐까. 

 

한편 한원석 작가는 사유의 범위에서 의미를 추구하거나 부여하는 것보다 몸소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가 생겨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그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 작가 소개

한원석 Wonsuk HAN

작가 한원석은 2003년 담배꽁초 73000개로 만든 작품 악의 꽃>으로 데뷔, 2006년 자동차 폐헤드라이트 1374개를 쌓아만든 첨성대를 재현한 ‘환생’을 비롯하여 2008년 폐스피커 3088개로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선덕대왕신종을 재현한 ‘형연’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와 현대미술을 동시에 아우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이력

2023. 11 개인전 파파게노 :Re Dream>, 현대 목동, 서울

2022. 12 개인전 , 금호알베르, 서울

2022. 02 개인전 ,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1. 11 개인전 , 금호알베르, 서울 

2021. 07 개인전 , 경북도청, 안동 

2015. 05 그룹전 , 파리, 프랑스 

2014. 02 그룹전 , 더프타운, 스코틀랜드 

2008. 08 개인전 , 다산쯔 798 예술구, 베이징, 중국

2006. 09 개인전 , 청계천, 한국(청계천 복원 1주년 기념 일환 서울시 주최)

2003. 07 개인전 , 아트사이드 갤러리, 한국

수상내역

2012 It Award- 환경&공간디자인 부문 수상, 한국 

2002 첼시 대학 대학원 우수 졸업상, 영국

시율 Seayool

주요작품

 작, 편곡 및 구성, 연주 / Poplar Union(London)

 작곡 및 연주 / 김희수 기념 아트센터

 작곡 및 연주 / 국립극장 하늘

 작, 편곡 및 구성, 연주 / Kings Place(London)

 수상내역

2015 수림문화상 / 수림문화재단 

201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유망예술인 선정 

2011 제27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 

2010 제30회 온나라국악대경연 피리부문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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