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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기자의 눈] 노을속 사랑과 망각의 선물을 안고 시즌2로 돌아온 "연극, 시어머니 시집보내기"... 드디어 관객과 만나다!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요즘 사람들은 클래식을 그리워하는 시간속에 있다. 계절이 그렇고 시류가 그렇고 이 시대 주류인구가 클래식 5670세대이기 때문인듯 하다.

 

공연그룹 드림뮤드 예술감독 김한나 배우는 "문화취향이 백 투더 클래식 (back to the classic) 경향이 짙은게 올 가을 문화가의 특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베카, 킹키부츠, 모짜르트, 슈베르트, 벤허 등 많은 공전의 히트기록을 남긴 대형뮤지컬들이 리바이벌 되며 돌아오고 있고 소극장에서는 늙은도둑이야기, 칠수와 만수를 비롯해 한국연극의 산증인인 배우 신구선생님의 연극_고도를 기다리며 등, 출생후 10년이상 장기공연 되거나 20~30년전부터 힛트한 유명작품들이 관객과 만나는 중이예요"라고 전한다.

 

시니어란 단어대신 클래식이란 단어로 시니어문화의 페러다임이 대체되고 있다. 단순히 나이대로 가르는게 아닌 성숙도의 잣대일것이다.


5~60대의 시니어들이 모델훈련, 배우훈련을 받고 프로시니어로 거듭난 연극이 있다.  지난봄 히트작으로 떠오른 시어머니 시집보내기 (작, 연출 김한나, 2023 공연그룹 드림뮤드 국내초연)가 시즌2로 돌아와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노령인구에게 복병으로 떠오른 치매를 비극으로 가는 불운이 아닌 성숙화 되는 삶의 과정속에서 받는 선물로 재해석해내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는 작품이다. 

 

90분간 관객의 마음을 녹여내는 언어의 연금술적 힘과 연극적 장치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된 이 연극은,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배우 김한나가 세운 삶의 건실한 철학이 곳곳에서 마술같은 언어의 힘으로 화두를 던진다.

 

아마추어 스터디에서 시작한 출연자들은 출연료를 받는 프로배우대열로 진입을 시작하며, 배우조련사라 불리는 김한나 배우를 만나 연기훈련을 받고 첫단추를 끼워 공연때마다 진화하는 이 작품과 함께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의 출연소감을 취재해봤다.

 

로렌조박(첫사랑)/

첫공연때보다는 깊은 감정적 디테일을 느끼며 작품에 몰입하고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닌, 비로소 배우가 되어가는 나를 만난다. 회차를 거듭하며 성장하며 느린걸음으로 진솔한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가 두렵지 않은 배우로 살도록 노력하며 초심을 지키겠다.

 

이미연(큰며느리)/ 이집 며느리처럼 내게도 시월드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이윤이 배역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윤이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은 점도 있었다. 며느리의 그 어려움을 알기에, 인내한 수많은 며느리와 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백수정(딸)/
연기 첫도전을 하며 감정표현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어색한 목소리와 어색한 동작과 표정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5개월의 연습과정을 거쳐 나왔다 디테일한 연출력에 힘을 받아 자신감을 되찾고 무대에 떨리는 마음으로 선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지민(며느리3)/
일생의 큰 이벤트로 끝낼수도 있었는데 시즌2까지 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
센스있게 상황파악 잘하며 당찬 성격으로 관계개선에 노력하는 막내며느리를 연기했고 나에게 연기훈련은 인생공부요 철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김일량(시어머니 친구)/
김한나 감독님 별명이 잔다르크인데 열정적인 연기, 연출 에너지를 보며 배우의 연기투혼이 뭔지를 배운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건 인생에서 큰 기쁨이고 더우기 늦깎이 연기자인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배우라 부른다고 배우 다 된것 아니라는 교훈도 감사하다.

 

유현덕(친구남편)/
하고 싶어서 하는 것과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의 차이를 느끼는 요즘.
마치,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운다는 말처럼 만족과 보람이 큰 날들이지만 배우라는 이름을 얻기가 절대 만만치 않은것은 단순히 나이먹어 시작했다는 이유만은 결코 아니라는걸 절실히 깨닫는다

 

지남이(며느리2)/
설렘과 호기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맛보았다 연습때의 긴장감은  몹시 힘겨움도 느끼게 했다.
첫연기는 예측 불가능한 창조적 과정에 뛰어드는 것이라지만 어려움은 컸고 빠져드는 쾌감도 컸다
힘들었지만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김대훈(아들)/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속에 나의 본캐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지만 누구나 내재 되어있을수 있는 캐릭터를 마음껏 연기해보는 기회였다. 그리고 나의 결론은 연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미있다. 수십년을 했다해도 매번 연기할때마다 어려울것 같다.

 

그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게 분명하다. 인생은 연극무대이고 인간은 그 인생무대의 주인공이다 라고 하는 말이 있다. 연습실에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면 저 많은 대사를 어찌 외우는지 그게 신기하고 저 목소리와 몸짓은 얼마나 타고난 재능인건가 아님 얼마나 노력해서 만들어진건가 하는 생각과 우리는 인생무대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 배우인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한두장의 쪽대본도 아닌 한권의 오리지널 대본을 다 외우고 남의 대사와 기분까지 다 외우고 느껴야 하고 뮤지컬배우일 경우, 노래와 춤까지 소화해내는걸 지켜보면서, " 배우란 존재는 사람이 심심할까봐 하늘이 재능부자를 선물로 내린것, 더우기 운좋아 그냥 되는건 절대 아니" 란 김한나 배우의 말에 백번 동의한다. 

 

배우란 타이틀은 관객들이, 그리고 전문인들이 연기력으로 인정해줄때 "제가 배우입니다" 라고 자신의 정체성이 성립되는것이니배우라는 수식어를 훈장처럼 여겨야하고 "연기에 겸허하고 사람에게 겸손한 자세" 부터 정립해야한다는 그녀의 당부에도 천번 동의한다. 기실, 우리가 사랑한 무명의 사람이  유명해지면 사람이 변하고  상해가고 결국 도태되는걸 더러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25년전, 제가 30대 중반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 (정진수 작,연출, 2001년 초연) 라는 모노뮤지컬에  도전하며 혼자 90분을 연기해야하는 작품이 있었어요. 저를 시작으로 2000년대초, 당시 뮤지컬 여배우 1세대들이 해냈던 작품인데, 무려 36페이지짜리 대본 한권과 뮤지컬 노래 12곡을 원어로 불러야해서 가창력을 키우기 위해 제가 노래 한곡을 800번 이상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거죠. 

 

지금은 국정교과서에 나오는 원로 연출가, 극작가, 원로 배우님들이 처음부터 말리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우리가 너를 아끼니 하는말인데 한편 잘못해서 한방에 단명하는 배우 될수 있으니 나이 더 들고 하라 하시면서요. 당시에 제가 부족해서 저만 말리신건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그런데 큰선생님들이 말리시는데 이상하게 무섭기보다는 더 하고 싶더라구요.

 

원래 말리면 더한다고요 (웃음) 쉬운거보다 어려운것에 성취도가 높은 스타일이라 한계도전을 해보고 싶었던가 봐요. 젊을때 하기를 잘 했지요.

 

지금 같으면 외우지를 못해서도 기권했을거지만 진짜 당시로선 죽을 힘을 다해 결국 지방공연까지 다 해낸후에 그때 용기의 힘으로 연기인생 40년을 밀고 나올수 있었답니다.

 

쉬운일 하나도 없는 길이 배우예요. 축복이지만 천형일수도 있지요" 하고 연습실로 들어가는, 그야말로 잔다르크처럼 보이는 40년 관록의 여배우 김한나의 뒷모습이 뭉클하게 감동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배우사관학교에서 연기훈련을 통해 다시 태어날 기적의 별들도 기대가 된다.  19세에 배우로 출발해 이제는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로 서 있는 그녀의  배우력에 걸맞게 김한나배우학교는 미래를 향해 가고 있고, 그녀가 2015년에 대형 창작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작, 연출 김한나)" 으로 문을 연 공연그룹 드림뮤드는 다양한 장르간의 콜라보로 볼거리가 풍성한 창작집단으로 자리매김한 사회적 공연기업이다.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발발때 공연수익 전액을 우크라이나 구호기금으로 내놓았고, 18세 보호청년 쉘터후원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는 청년파랑우산을 소리없이 꾸려가고 있다. 공연해서 돈많이 버시나봐요 라는 질문에 그녀는 이리 대답했다.

 

"돈이란, 많이 없어도 꼭 쓰여야 할일에는 써집니다. 희락으로 번 돈이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주는 일에 쓰일때 돈값한다고 생각해요. 가난한 분들이 부자보다 더 기부해요 원래...죽을때 지고 갈거도 아닌데 사람 살리는 일에 써야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훌륭하시죠. 혼자 못해요. 마음부터 노블레스해야 손이 펴지는거죠 (웃음)"

 

이웃덕에 번 돈은 이웃에게 되돌리고 간다는 가치관을 실천한 가문의 일원인 그녀는 비지니스석을 탈돈으로 이코노미를 타면  대학생 한명의 장학금을 줄수 있고, 명품 하나 살돈이면 열명이 나눌수있다는 나누기경제관으로 NGO에서나 할법한 일을 조용히 수행하며 특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청년사랑 무료티켓을 객석의 10%씩 배당해 경제가 어려운 청소년에게 문화평등의 기회를 주고, 사회적으로 위급한 이슈가 떠오르면 즉각 기부행사로 행동하는 사회운동가로 사는 예술인이기도 하다.

 

늘 웃음기 있는 표정이나 강한 의지력을 가진 얼굴의 그녀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마음을 만지는 일에도 재능이 있는거 같다.

 

그녀와 함께 콜라보쇼를 한 모델들과 스텝진은, 배우 김한나에 대해 무슨일이 터져도 차분히 웃으며 대응하고 고성과 시비하는걸 본 적이 없는 표리동일한 신념있는 연출가라고 이구동성이었다. 이번에도 13명의 클래식 모델들과 콜라보한 패션쇼 장면들이 세번이나 시집보내기속에 등장한다.

 

 

마이너를 아이비로, 아마추어를 프로로 키워내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예의, 성실한 목표의식이 드림뮤드가 시도한 시니어 캐스팅 시스템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목만 들어도 마음 한켠이 싱숭생숭해지는 차기발표작 연극_두바이 키스아카데미도 내년 우리의 가을을 쓸쓸함에서 구해줄것 같다.

 

대본에 담긴 해학과 윗트는 희비극을 넘나드는 작가의 역량을 품고 있고, 무엇보다 이 퍽퍽한 세상에 웃고 지나갈 시간이 기다려진다.

 

배우, 그들은 잔다르크일수도, 얼핏 보면 돈키호테일수도 있겠으나 이 가을, 우리에게 보내신 선물임에 틀림없다.
 시어머니 시집보내기의 재능부자들을 만나러 극장으로 가자. 아름다운 배우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인생무대에 서서 웃고 울며 따뜻한 겨울을 준비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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