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 김한솔 기자 | 김지하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해 온 홍용희 교수가 김지하 선생이 돌아가신 이후 선생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대담집 『김지하의 마지막 대담』을 출간했다.
“나에게 선생은 위대한 대학이었다”고 고백하는 저자 홍용희 교수는 1966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했으며, 경희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 졸업했다.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으로 등단하였으며, 저서로 『김지하문학연구』 『꽃과 어둠의 산조』 『한국문화와 예술적 상상력』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 『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고요한 중심을 찾아서』 등이 있다.
젊은평론가상,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애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문명원장,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계간 《시작》 주간이며, 《대산문화》 편집위원,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편집위원, 문화전문지 《쿨투라》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담집에는 김지하 선생과의 8번에 걸친 대담과 함께 김지하 시와 사상을 해설한 2편의 평론도 함께 수록되었다. 전반부는 문예지의 청탁을 받아 진행된 것이고 후반부는 대담집 간행을 목표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획 대담이 완성형에 이르지는 못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김지하 선생과의 만남이 차단되었고, 어느 정도 팬데믹이 풀려갈 무렵 선생은 그만 운명하였기 때문이다.
김지하 선생은 1980년대 초반부터 인간성 상실, 생명 파괴, 기후 위기, 팬데믹 창궐 등을 예언하며 생명 사상, 살림의 문화 운동을 늘 강조해왔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주 생명을 위해 지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선생의 문명론을 직접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21세기 역사의 밤에 생명 가치의 등불을 깨울 수 있는 예지의 육성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홍 교수는 “김지하 선생은 동양과 서양, 논리와 초논리, 직관과 영감, 과학과 종교, 경제학과 미학 등에 걸친 가없는 식견 속에서 굽이치는 선생의 목소리는 동굴속에서 나오는 울림처럼 깊고 유현했다. 선생은 대담장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서나 기차 안에서나 찻집에서나 새 시대 새 길을 열어나가는 ‘예감에 가득 찬 숲 그늘’이었고 대담한 개벽 사상가였다. 선생으로부터 시는 물론 인간, 문명, 세계, 우주의 지평을 아련히 듣고 배우고 꿈꿀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선생은 소년”이었음도 고백한다. 천진스런 웃음과 수줍음과 그리움이 많았으며,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목포 바닷가 가난한 소년의 심성이 늘 함께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김지하는 오랜 민주화 투쟁과 모진 고난을 감당한 용기에 대해 “두렵지만 조금씩 조금씩 결의를 다지면서 나아간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는 저자에게는 그의 본명인 영일(英一)이 지하(芝河)가 되어간 과정으로 들렸다. 또한 그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넘어 생명 사상을 노래한 것이 지하에서 영일이라는 본명을 찾아 조금씩 조금씩 돌아온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한 떨기 꽃, 영일과 어두운 굴곡, 지하는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하나였던 것이다. 마치 깊은 그늘이 눈부신 빛을 불러오고 눈부신 빛이 깊은 그늘에서 피어오르는 반대일치, 그의 미학 사상의 대표적인 표상인 ‘흰 그늘’의 이치와 같은 것이리라
도서출판 작가 손정순 대표는 ”김지하 시인과 오래 교분하며, 저항에서 생명으로 가없는 길을 열어간 선생의 문학과 사상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 대담집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펴낸 이 김지하 시인의 마지막 대담집이 김지하 시인을 올곧게 기리고 연구하는 좋은 자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