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김지은 기자 | 한국 현대미술 작가 정희경은 2015년 브루클린 첫 해외 전시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 《Whispering Light》을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에 있는 파리스고 파인아츠에서 성황리에 끝마쳤다.
정희경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201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첫 해외 전시 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인 두 번째 뉴욕 프로젝트로, 작가가 일관되게 탐구해온 ‘빛’의 개념을 한층 내밀한 감성으로 확장한 자리였다.
전시가 열린 파리스고 파인아츠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뉴욕 첼시에서 뉴저지로 이전해 활동을 이어온 갤러리로, 최근 다시 뉴욕 첼시 예술지구로의 확장 이전을 준비하며 국제적 전시 플랫폼으로서의 재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정희경 작가는 2026년 가을, 첼시로 이전 예정인 파리스고 갤러리에서의 한 달간 개인전 초대 또한 확정된 것으로 전해져, 이번 전시가 향후 뉴욕 미술계에서의 지속적인 행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전시는 2025년 11월 1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었으며, 미국 Asian American Art Review Magazine에 실린 미술평론가 엘가 윔머(Elga Wimmer)의 비평을 통해 작품 세계의 미학적·사상적 깊이가 국제적으로 조명되었으며, 이 전시는 2026년 1월 5일부터 16일까지 국회 아트갤러리로 이어지며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난다.
정희경은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원과 사각의 형상을 통해 ‘보이는 빛’이 아닌 ‘느껴지는 빛’을 그려온 작가다. 화면 깊숙한 곳에서 미묘하게 진동하는 색의 층위는, 빛이 물리적 현상을 넘어 감정과 사유의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James Turrell와 Mark Rothko가 탐구해온 빛의 뉘앙스를 연상시키면서도, 더욱 내밀하고 명상적인 결로 나아간다.
대표 연작 「Whispering Light」에서는 거의 검은 배경 위로 희미한 분홍과 짙은 청색의 반원이 마주하며 떠오른다. 월식을 닮은 이 형상들은 서로 닿을 듯 긴장된 거리를 유지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고요한 호흡의 리듬으로 끌어당긴다. 이 장면은 빛과 형태의 최소 단위로 감정을 환기해온 Ellsworth Kelly의 작업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순간의 여운과 사라짐을 암시하는 정희경만의 서정으로 확장된다.
아크릴 물감과 스펀지 어플리케이터로 구현된 반원은 초점에서 살짝 벗어난 채 미세한 떨림을 남긴다. 이는 점과 색의 집합으로 움직임의 환상을 만들어낸 Georges Seurat의 회화적 실험을 연상시키며, 구름 뒤로 스며드는 달빛처럼 덧없고 찰나적인 감각을 화면에 각인한다.
작가는 “내면의 빛을 통해 느껴지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그 빛은 지혜와 깨달음, 구원의 은유로서 기쁨과 평화, 영적 존재감으로 번역된다. 템플스테이와 명상 수련, 샤머니즘적 수행 등 영적 참여에 관한 관심이 확산하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정희경의 회화는 예술의 제작 과정 자체를 수행으로 여기는 아시아적 전통을 현대 회화 언어로 환기한다.
이러한 맥락은 Wassily Kandinsky가 「예술 속의 영적」에서 제시한 영적 추상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회화를 통해 관람자를 명상 상태로 이끄는 점에서 Hilma af Klint의 선구적 작업과도 공명한다. 엘가 윔머는 정희경의 빛을 “영적 구세주로서의 빛”이라 규정하며, 관람자를 내면의 영혼으로 이끄는 길로 평가했다.
국회 아트갤러리 전시를 맞아 주철현 국회의원은 추천사를 통해 정희경의 회화를 “외부의 빛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내면의 빛을 담아낸 작업”이라고 평했다.
뉴저지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공모를 통해 국회 전시로 이어지며, 예술이 개인적 감상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위로와 성찰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희경의 작품은 소리 없이 관람객에게 질문을 건넨다.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빛은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빛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