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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유중 개인展 - 산책'이 19년 9월 18일(수) ~ 9월 24일(화)까지 진행됩니다.

'있음'과 '비어있음'의 경계, 그 묘유(妙有)의 미학 - 이유중의 「산책」 연작을 보며

작품 평론.. 그 묘유(妙有)의 미학 -

이유중의 「산책」 연작을 보며

진공모유(眞空妙有)란 말이 있다.

 

딱히 거추장스런 설명이 더 필요 없을 듯 싶은 이 가뿐한 말씀이 종종 거창한 고준담론의 도구로 쓰이기도 하는 터에,막상 촌스럽게, "참으로 비었다고 하는 것은 절묘하게도 존재하는 것들 속에 있다." 라고 풀어쓰면 냉큼 욕을 먹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가지로 먹는다. 하여 별 수 없이, '색과 공이 다르지 않다'는 경전의 말씀을 슬쩍 빌어다가 " '있음' 과 '비어있음'은 다른 것이 아니다." 라고 어줍짢게 부연하고 나면 이번에는 몽둥이로 두둘겨 맞는다. 이유는 모른다. 하기야, 알면 두둘겨 맞겠는가.!

그림이란, 다만 그 '색'들의 조화 속으로 하염없이 거닐어 들어가 노니는 것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내보이는 보이지 않음'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보이는 보임'의 이중주를 듣고자 귀를 쫑긋거리며 「산책」을 하다 보면, 들린다. 아, 묘유의 말씀들!

실존이거나 비구상이거나 그런 따위에는 좀체 관심 없어도 좋다. '있음으로 존재하는 산'이 이미 '산의 비어있음'을 품고 있고, 물이, 하늘이, 소나무가 이미 온 몸으로 저마다의 '비어있음'을 머금고 있다.

 

그렇게 '비어있음'을 머금고 있는 소나무라야 참다운 소나무의 진경이다. '소나무의 비어있음'을 머금지 못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멋진 소나무 그림이라 할지언정 결코 소나무의 진경이라 할 수 없다.

이유중의 화폭에는, '있음 속에 존재하는 산'과 '비어있음 속에 존재하는 산'이 바투 함께 들어있다. 그의 모든 작품들은 그것이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는 말씀을 진중히 담고 있다. 물이 그러하고, 하늘이 그러하고, 소나무가 그러하다.

어쩌면 이유중이 정작 화폭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것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그리는 사물의 '있음'과 '비어있음'은 점점 그 둘이 혼연일체가 되어 펄치는 대화엄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산과 강과 하늘과 소나무가 모두 그렇게 있고, 또 그렇게 비어있다.

- 김하돈(시인) '있음'과 '비어있음'의 경계, 그 묘유(妙有)의 미학 - 이유중의 「산책」 연작을 보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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