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색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한 번의 붓질 위에 또 다른 붓질이 더해지고, 선과 물질의 흔적이 반복되면서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다. 권기자와 조미화의 작업은 바로 그 ‘색의 시간’을 바라보게 한다.
서울 강남구 선정릉에 위치한 스텔라갤러리(대표 샐리 박)가 권기자·조미화 2인전 《하나의 色, 시간을 쌓다》를 9월 12일부터 오는 10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구사하는 두 작가는 색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반복된 행위와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낸 결과로 바라본다.
권기자의 〈시간의 축적〉 연작에서는 겹겹이 쌓인 물감과 미세한 흔적들이 하나의 화면을 이룬다. 화면은 단번에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지속적인 행위의 결과다. 덧입히고, 반복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 속에서 물감의 층위는 곧 시간의 층위가 된다. 따라서 그의 색은 특정한 대상을 재현하는 색채에 머물지 않고 작가가 화면과 마주한 시간과 에너지를 담아낸다.

조미화 역시 반복을 통해 색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수없이 이어지는 선과 물질의 흔적은 화면 위에서 서로 중첩되며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밝은 노랑과 깊은 초록, 고요한 검정과 은빛 회색 등 각기 다른 색면은 멀리서 바라보면 단일한 색으로 응축된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에 축적된 수많은 선과 결이 모습을 드러낸다.
두 작가의 작업은 표현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지향점에서는 만난다. 권기자가 물감의 층을 통해 시간의 축적을 보여준다면 조미화는 선과 물질의 반복을 통해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결국 이들에게 색은 ‘무엇을 칠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행위가 그 색을 만들어냈는가’에 가까운 질문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스텔라갤러리 샐리 박 대표는 “두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며 하나의 색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행위가 쌓였을까 생각했다”며 “서로 다른 작업이지만 결국 ‘시간의 축적’이라는 지점에서 만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에 잠시 멈춰 작품 가까이에서 그 표면과 시간을 천천히 바라보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色, 시간을 쌓다》는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와 대비되는 ‘느린 회화의 시간’을 제시한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무는 순간, 관람객은 화면의 색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색을 만들어낸 반복과 흔적,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읽게 된다.
한편 전시는 9월 12일부터 10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49길 17 스텔라갤러리에서 열린다. 주 4일 운영하며, 관람 및 전시 관련 문의는 02-512-7277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