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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국립오페라단 새 시대 연 박혜진 단장, "연결을 통해 오페라의 미래 확장하겠다"

2029년까지 바그너 '링 시리즈' 단계적 제작
한중일 공동제작·K-오페라 세계화 비전 제시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국립오페라단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박혜진 단장은 ‘연결을 통한 오페라의 확장’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국립오페라단의 미래 비전을 공식 발표했다. 작품과 관객, 지역과 세계, 현재와 미래를 잇는 연결을 통해 오페라의 외연을 넓히고 동시대와 호흡하는 공공예술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이다.

 

박 단장은 5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국립오페라단의 운영 방향과 중장기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단순한 취임 인사를 넘어 한국 오페라계의 미래 전략을 구체화한 자리로 평가됐다. 특히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작 시스템 강화와 관객 저변 확대, 국제 공동제작, 창작오페라 육성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며 클래식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단장은 먼저 “국립오페라단은 국민 모두와 함께 호흡하는 예술기관이어야 한다”며 “작품과 관객, 지역과 세계,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오페라가 가진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와 사랑에 빠지고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신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전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바그너의 ‘링 시리즈’ 제작 계획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2029년까지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단계적으로 제작하며 한국 오페라 제작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그너의 ‘링 시리즈’는 음악·연출·무대기술·오케스트라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제작 역량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도 장기 프로젝트 형태로 제작되는 대표적 대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는 것은 단순한 레퍼토리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 오페라계가 장기적 제작 시스템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오페라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박 단장은 “링 시리즈는 국립오페라단의 제작 역량을 축적하고 세계 무대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국립오페라단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시즌 운영도 병행할 계획이다. 특정 마니아층 중심의 레퍼토리 운영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관객층과 호흡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세계 정상급 성악가와 지휘자, 젊은 감각의 연출가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현대적 감각의 무대 제작을 강화한다.

 

최근 공연예술계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영상·미디어 기술과 무대미술, 디지털 감각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이는 오페라를 단순한 전통예술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동시대 콘텐츠로 재해석하겠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박 단장은 오페라의 공간적 확장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오페라는 극장 안에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기관과의 협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특히 야외 오페라 프로젝트를 활성화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페라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시민합창단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일반 시민들이 공연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오페라를 보다 친숙한 예술장르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 관람 중심의 공연문화에서 참여와 경험 중심의 공공예술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생애주기별 관객 개발 전략 역시 눈길을 끈다. 국립오페라단은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한 가족오페라 제작을 확대해 내년 3월 가족오페라 <피노키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초·중학생 대상 프로그램인 ‘킨더 오페라’도 지속 운영한다.

 

청년층을 겨냥한 디지털 기반 소통도 강화된다. SNS와 영상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웹툰 작가·유튜버 등 젊은 창작자들과 협업해 오페라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국립오페라단 정기공연으로 이어지는 관객 흐름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는 후원회 활성화와 후원 문화 조성을 통해 안정적인 관객 기반과 재정 구조를 마련할 방침이다.

국립오페라단은 공공예술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역할 역시 강화한다. 올해 군부대와 특수학교, 구치소 등에서 총 66회의 공연을 진행하며 문화소외계층과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보다 넓은 사회 구성원들과 나누겠다는 공공성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국제 교류 확대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중국 국가대극원(NCPA), 일본 니키카이 오페라극장과 공동제작을 목표로 단계적 협력을 논의 중이며, 내년 국립극장에서 한·중·일 갈라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를 계기로 아시아 오페라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 나선다.

 

특히 박 단장은 “K-pop과 드라마 중심으로 성장한 한류 콘텐츠가 이제는 오페라와 클래식 분야까지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K-오페라 창작 기반 강화 의지도 드러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한국적 정서와 미학을 담은 창작오페라 제작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해외 명작을 수입·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오페라 콘텐츠 자체를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박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이 K-오페라 시대를 여는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국립오페라단이 단순한 공연 제작 기관을 넘어 공공성과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국가 대표 오페라 기관으로 변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 자리였다. 전통예술로 여겨졌던 오페라를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새롭게 확장하고 국민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박혜진 단장의 비전이 향후 한국 클래식계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26년 정기공연으로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6월 18~21일),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10월 29일~11월 1일), 베르디의 <돈 카를로스>(12월 3~6일)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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