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 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2026년 5월 9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막을 올린다. 제61회를 맞은 올해 비엔날레에서 한국은 국가관 전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통해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역사와 공간의 문제를 국제 무대에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지며, 이후 국내 귀국전도 예정돼 있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예술감독 최빛나가 기획하고, 작가 노혜리와 최고은이 참여한다. 자르디니에 위치한 한국관은 1995년 개관 이후 축적된 역사적 층위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 ‘해방공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임시적 기념비로 재구성된다.
전시의 핵심은 ‘요새(fortress)’와 ‘둥지(nest)’라는 상반된 은유다. 경계와 방어의 구조이자 동시에 생명을 품고 돌보는 공간으로서 한국관을 재해석하며, 신체·물질·공간 간의 관계를 조각적 설치와 수행적 작업으로 풀어낸다.
작가 최고은은 '메르디앙(Meridian)'에서 동파이프를 활용해 자오선과 신체의 흐름을 연결하는 조각 설치를 선보인다. 반면 노혜리는 오간자 구조물과 8개의 스테이션으로 구성된 '베어링(Bearing)'을 통해 ‘지탱과 전환’의 감각을 수행적 방식으로 확장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시가 고정된 조형물이 아닌 ‘행위’로 지속된다는 점이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수행자들이 매일 의례적 행위를 반복하며 공간을 활성화하고, 한국관은 관계와 움직임이 생성되는 ‘살아 있는 장’으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전시 형식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와 활동가를 ‘펠로우’로 초청해 네트워크형 프로젝트로 확장된다.
참여 펠로우에는 농부-활동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사진작가 황예지,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포함된다. 이들은 텍스트, 음악,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방공간’의 의미를 확장한다.
특히 한강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를 기반으로 한 조각 '더 퓨너럴'을 통해 ‘애도의 공간’을 제시하며, 이랑은 신곡 '우리의 ㅁ'을 통해 전시 공간에 청각적 층위를 더한다.
이번 한국관은 자르디니 내 일본관과의 협업을 통해 국가관의 물리적 경계를 해체하는 시도를 펼친다. 최고은의 설치 일부가 일본관 부지로 확장되고, 수행자들은 두 전시 공간을 오가며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이는 국가관 중심 구조를 넘어 ‘관계적 전시’로 나아가는 베니스비엔날레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는 총감독 코요 쿠오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그의 구상을 바탕으로 완성된 ‘유작 전시’라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제시한 주제 'In Minor Keys'는 음악적 ‘단조’를 은유로 삼아, 동시대의 감정과 관계, 감각의 층위를 탐구한다. 본전시에는 111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한국 출신 및 한국계 작가들도 다수 포함되어 글로벌 미술 담론 속 한국 미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수행, 출판, 협업, 네트워크가 결합된 ‘과정형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맥락을 국제 미술계와 공유하고, 동시대적 예술 실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요새와 둥지’라는 이중적 은유 속에서, 한국관은 지금도 변화 중인 공간이자 질문으로 남는다. 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구조와 관계를 다시 묻는 하나의 실험적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