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삶(More Life)은 더 나은 삶인가?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 연극 '모어 라이프'

  • 등록 2026.04.30 10: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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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 연극 '모어 라이프 More Life' 개막
2074년 인공 신체 안에서 데이터로 되살아난 존재 다룬 이야기
4월 29일(수) ~ 5월 17일(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 공연 프로그램으로 연극 <모어 라이프 More Life>(작 로런 무니 & 제임스 예이트먼/번역 김수아/연출 민새롬)를 5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진행한다.

 

■ 무한한 삶이 주어진 미래, 우리는 여전히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욕망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기 위해 트랜스휴머니즘(과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운동) 연구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유한한 삶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의 인간이라는 분류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무한한 삶이 주어진 미래에 우리는 여전히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까?

 

연극 <모어 라이프>는 2025년 영국 로열 코트 씨어터(Royal Court Theatre)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공 신체를 통해 되살아난 브리짓이 실험실 밖으로 나오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2026년, 브리짓은 길을 건너던 중 자율주행차에 치여 사망한다. 

 

그녀의 뇌는 연구소로 이송되어 임상 실험에 사용되고 이후 50여 년 동안 인류는 눈부신 기술적 진보를 이룬다. 그리고 2074년, 브리짓은 다른 몸으로 다시 깨어난다. 숨을 쉬지도, 음식을 먹지도, 잠조차 자지 않는 인공 신체 안에서 브리짓의 의식은 여전히 나이 들고 쇠락하는 인간의 감각과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리짓은 자신에게 주어진 끝없는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극단 칸딘스키 씨어터(Kandinsky Theatre Company)의 로런 무니(Lauren Mooney)와 제임스 예이트먼(James Yeatman)이 쓴 희곡이다. 이들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브레인 업로딩’이라는 미래 기술에 주목하며 현재 초부유층이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의 모습을 탐구했다. 

 

두 극작가는 “현대 기술은 불편함과 상실, 마찰 없는 세상을 약속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언제나 공동의 이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며, <모어 라이프>를 통해 죽음을 정복한 미래를 상상하고 진정한 인간과 삶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 데이터화 된 기억, 온전한 ‘나’로 남을 수 있을까?

<모어 라이프>는 죽음 이후에 데이터로 무한한 삶을 살게 된 브리짓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여전히 브리짓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질문한다. 죽음 이전의 뇌를 데이터로 스캔해 되살아난 브리짓은 과거의 자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실험을 주관한 빅터 박사는 브리짓이 그녀 자신임을 증명하기 위해 48년 전의 남편 해리를 소환한다. 브리짓과 해리는 각자의 기억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듯하지만, 기억은 ‘나’라는 조건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해리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서 붕괴하고, 브리짓은 현재의 나를 점차 인지하며 또 다른 나로서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데이터화 된 기억을 나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공연 프로그램북 필자로 참여한 정재승 KAIST 교수는 “내가 나라는 감각은 뇌 안에 저장된 기억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의식은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뇌와 몸, 그리고 세계의 접속면 전체에서 발생한다”고 말하며 “더 많은 삶은 정말 더 나은 삶인가. 아니면 삶의 조건을 해체해버린 뒤에도 계속 연장만을 욕망하는, 아주 현대적인 강박의 이름인가”라며 울림 있는 질문을 던졌다.

■ 배우의 몸과 호흡으로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무대

이번 한국 초연은 <젤리피쉬>로 2025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민새롬(극단 청년단 대표)이 연출을 맡았다. 민새롬 연출가는 <모어 라이프>의 이야기를 배우의 몸과 호흡, 언어와 마이크가 만들어내는 수공적인 감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6명의 코러스는 단순한 설명 장치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리듬을 언어와 소리로 조율하는 살아있는 구조로 구성했다. 무대 안에 세워진 작은 무대단상은 미래 사회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는 서늘하게 마주하게 될 공간이 된다. 

또한 무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 재질의 벽은 미래의 낯선 감각을 보여주며, 벽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통해 깊은 공허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민새롬 연출가는 “<모어 라이프>는 죽음 이후의 삶을 상상하면서도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되묻는 작품이다. 관객은 기술의 미래보다 ‘나’란 무엇인지, 존재는 무엇으로 유지되는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지를 질문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보다 확장된 관람을 위한 관객과의 대화, 접근성 사항 진행

<모어 라이프>는 작품에 대해 보다 확장된 담론을 나누기 위해 관객과의 대화를 두 차례 진행한다. 5월 2일에는 김수아 번역가와 진행하며 희곡에 대해 밀도 있게 이야기를 나눠본다. 5월 3일에는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함께 미래에 마주할 인간의 정의와 기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관객의 관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접근성 사항을 진행한다. 공연의 시각적 요소와 작품소개를 소리로 미리 들을 수 있도록 사전 음성소개를 제공한다. 또한 대사 및 소리정보 등을 담은 한글자막해설을 매 회차 공연에 제공한다. 

 

관객과의 대화 진행 시에도 실시간 문자통역이 진행된다. 장애인 관객, 디지털 기기 이용이 어려운 관객 등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경우 접근성 매니저를 통한 음성 통화 혹은 문자 예매도 가능하다. 공연 예매는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와 NOL 티켓(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정가 40,000원, 두산아트센터 회원 32,000원, 24세 이하/65세 이상/장애인/국가유공자 20,000원이다. 문의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webmaster@doosanartcenter.com, 접근성 매니저 010-6586-0081

 

2013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두산인문극장은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로 다양한 분야의 관점으로 동시대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 예외, 모험, 갈등, 이타주의자, 아파트, 푸드, 공정, Age(나이, 세대, 시대), 권리, 지역 등 매년 다른 주제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고민해왔다. 올해는 ‘신분류학 New Taxonomy’를 주제로 기존의 체계와 경계에 대해 질문하고, 그 경계를 다시 그어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분류학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두산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는 두산 창립 111주년을 기념하여 2007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연강홀, Space111, 두산갤러리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며 각각의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며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서부터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매년 공연, 전시, 교육 등 총 40여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2023년에는 백상예술대상 ‘백상 연극상’, 2019년 동아연극상 ‘특별상’, 2013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예술문화후원상’,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콘텐츠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메세나 대상 ‘창의상’ 등을 수상하며 문화예술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영일 news123@c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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