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대학교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전시로 꺼내 든다.
새 전시 《안과 밖 Inside/Outside》는 단순한 기념전이 아니다. 미술관이라는 제도가 어떤 공간적·역사적 조건 위에서 형성됐는지,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무엇을 수집하고 어떤 미술사를 축적해 왔는지를 동시에 되묻는 아카이브 성격의 전시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미술관이 통상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전시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있다. 전시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미술관 건립과 설계 과정을 다룬 건축 아카이브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20년간 축적한 소장품을 통해 읽는 미술사적 흐름이다. 제목의 ‘안과 밖’ 역시 이 이중 구조를 반영한다. 건축과 제도라는 외부 조건을 ‘밖’으로, 수집과 전시를 통해 형성된 미술관 내부의 미학적 축적을 ‘안’으로 설정한 것이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대목은 서울대학교미술관 건립 과정에 관한 아카이브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점이다. 내부 추진 문서, 설계도면, 사진, 미디어 자료 등은 물론,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의 설계 개념이 실제 캠퍼스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고 변형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포함된다. 특히 건축 부지 변경 과정에서 미술관이 처음 지녔던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유지되고 수정됐는지를 당시 팩스 문서, 콘셉트 드로잉, 신문 자료 등을 통해 추적한다.
이는 단순히 유명 건축가의 설계 비화를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대학 미술관이 캠퍼스 내부의 시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사회를 향해 열려 있는 공공적 장치로 구상됐다는 점을 확인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전시는 미술관 건축을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공공성과 제도적 지향이 응축된 결과물로 읽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지난 20년간 축적해 온 소장품이다. 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후 현재까지 총 1,034점의 작품을 수집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 가운데 약 120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작가 기증작, 이건희 컬렉션과 신옥진 컬렉션 등 소장가 기증작, 미술관 구입 작품, 초기 교내 이관 작품 등이 함께 포함됐다. 특정 미술사 조류를 일방적으로 정리하기보다는, 대학 미술관이라는 제도 안에서 어떤 시선과 가치가 축적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
참여 작가 역시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하게 한다. 강호연, 권순형, 김병종, 민경갑, 민정기, 박래현, 방혜자, 엄정순, 오경환, 윤동천, 윤명로, 이종상, 장발, 장욱진, 정상화, 정탁영, 최만린, 한운성 등 70명의 작품이 출품된다. 회화와 조각, 설치를 아우르는 구성은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지난 시간 동안 어떤 미적 스펙트럼을 수용해 왔는지를 드러낸다.
소장품 전시는 〈감각의 발견〉, 〈역사와 의식〉, 〈신체와 풍경〉,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네 개 섹션으로 나뉜다.
〈감각의 발견〉은 선과 색, 면, 재료의 물성에 집중하며 시각과 촉각의 차원에서 미술의 감각적 경험을 환기한다. 〈역사와 의식〉은 2001~2003년 독도 특별전 출품작을 바탕으로, 풍경과 영토, 역사 인식이 어떻게 미술의 언어로 전환되는지를 돌아본다. 〈신체와 풍경〉은 인간의 몸에서 출발해 자연과 산업 현장으로 시선을 확장하며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짚는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일상, 도시, 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를 통해 동시대 미술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시는 소장품을 단순한 ‘보유 목록’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어떤 질문과 담론을 수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전환한다. 아카이브가 미술관의 외형과 제도적 형성을 증언한다면, 소장품은 그 내부에서 축적된 감각과 사유의 시간을 드러낸다. 결국 《안과 밖》은 한 기관의 연대기라기보다, 대학 미술관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공공성을 실천해 왔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의 장에 가깝다.

이번 전시에는 서울대학교미술관 전임 관장과 과거 전시 참여 작가, 관계자들의 인터뷰 영상도 함께 소개된다. 지난 20년간의 전시와 출판 기록 역시 함께 구성돼, 제도와 사람, 전시와 기록이 어떻게 맞물려 미술관의 역사를 형성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전시 관람 프로그램은 4월 29일, 5월 27일, 6월 24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5월 29일에는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심포지엄 「새로운 시대의 미술관」도 열린다. 뉴욕 MoMA, 덴마크 Moesgaard Museum, 홍콩 M+ 등 해외 주요 미술관 전문가들과 국내 관계자들이 참여해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과 공공성, 학습과 참여, 미래적 전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김형숙 서울대학교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울대학교미술관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건축 아카이브와 소장품을 통해 미술관이 형성해 온 다양한 실천과 담론을 공유하고, 대학 미술관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된다.
미술관은 무엇을 보여주는 곳인가.
그리고 그보다 앞서, 미술관은 어떤 시간과 어떤 선택 위에 세워지는가.
개관 20주년을 맞은 서울대학교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질문을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되돌려 묻고 있다.
전시는 4월 17일부터 오는 6월 28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