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 되다"... '2026 루프 랩 부산' 개최

  • 등록 2026.03.19 23: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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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민간 경계 허문 네트워크 전시… 도시 전체가 '확장된 미술관'으로
디지털 서브컬처부터 아시아 포럼까지… 이미지와 시간으로 엮는 새로운 예술 생태계
미술관·갤러리·호텔까지 연결… 감상에서 이동까지 '도시형 전시' 실현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부산이 전시의 개념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실험에 나선다.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벗어나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전시장으로 전환하는 국제 디지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2026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이 오는 4월 16일부터 6월 28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서진석)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회를 맞는다. '시간과 이미지'를 매개로 한 미디어아트를 중심에 두고, 기획전시와 기관 협력 프로젝트, 국제 포럼, 아트페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를 넘어, 예술의 생산과 유통, 담론 형성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기존 행사와 궤를 달리한다.

 

무엇보다 이번 페스티벌의 핵심은 '공간의 해체'다. 전시는 더 이상 특정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 전역 30여 개 문화예술 공간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며, 공공기관과 민간 갤러리, 상업 공간과 비영리 기관이 수평적으로 결합한다. 중심과 주변의 구분은 희미해지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 장치로 작동한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관람 방식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관객은 더 이상 미술관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하나의 전시를 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전시 경험이 된다. 거리의 풍경, 도시의 리듬, 이동의 시간까지 모두 감상의 일부로 편입된다. 전시는 ‘장소’가 아니라 ‘흐름’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번 페스티벌의 중심에는 두 개의 기획전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서 열리는 '디지털 서브컬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감각과 문화적 코드들을 포착한다. 인터넷 밈, 온라인 커뮤니티,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등은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라 동시대 시각문화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 전시는 그러한 변화를 미술의 언어로 번역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이미지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한편 부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 '무빙 온 아시아'는 '무빙이미지'를 중심으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미지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생성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가. 이 전시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넘어, 디지털 시대 이미지의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특히 아시아라는 맥락은 서구 중심의 시각문화 담론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이 문제의식은 도모헌에서 열리는 '아시아 큐레이터스 포럼'으로 이어진다. 아시아 13개국 16명의 기획자가 참여하는 이 포럼은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아시아 내부의 시각과 언어로 영상예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다. 동시에 향후 공동 기획과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네트워크 형성의 장이기도 하다.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되는 기관 협력 프로젝트 '제로 랩 부산'은 이러한 방향성을 응축해 보여준다. 그 첫 전시 '점과 시간 사이의 무한한 층위'는 도모헌에서 개최되며, 지역 기반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이다. 회화와 사진, 영상과 홀로그램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존하며,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구분은 점차 흐려진다. 특히 광운대학교 홀로그램 센터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홀로그램 작품은 이미지가 더 이상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 속에서 떠다니는 새로운 상태를 제시한다. 이는 '보는 경험'을 ‘지각하는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시도다.

 

행사의 외연은 도시 전반으로 확장된다. 부산박물관을 비롯한 공공기관뿐 아니라 국제갤러리 부산, 디오티미술관, 갤러리 재희 등 민간 갤러리들이 참여하며, 전시는 특정 제도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과 현장을 동시에 가로지른다. 여기에 그랜드 조선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가 더해지며, 감상과 거래가 연결되는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루프'라는 이름은 이 모든 구조를 압축한다. 이미지와 시간의 반복, 창작과 소비의 순환, 그리고 도시와 예술의 상호작용. 이번 페스티벌은 그 개념을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실제 도시 공간 속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다.

 

한편 부산시립미술관은 이번 행사를 통해 공공과 민간,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협력 기반의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결국 이 페스티벌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오늘날 미술관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답 역시 분명하다.
이번 봄,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가 그 답이 된다.

오형석 미술전문 기자 yonsei68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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