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제주=엄성운 기자 | 제주대학교 교수이자 한국시치료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원종섭 교수가 지난 13일 제주시 스크루지 펍(SCROOGE PUB)에서 인문학 특강 '와인과 인문학, 욕망2'를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욕망'이라는 인류 문명의 원천적 힘을 중심으로, 신화·철학·문학·예술·심리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사유의 장으로 마련되었다.
강연의 주제는 "치유의 날개(The Wings of Healing)"였다. 원 교수는 먼저 “인류 문명을 관통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바로 욕망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브와 릴리스, 헬렌과 칼립소 등 서양 신화 속 인물들을 사례로 들어, 욕망이 어떻게 인간의 선택과 운명, 나아가 문명의 방향성을 결정지어 왔는지 설명했다.
또한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라캉, 프로이트 등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욕망에 대한 통찰을 폭넓게 인용하며, 인간이 본질적으로 '결핍을 채우려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은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과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갈등과 긴장이야말로 창조적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역설했다.
원 교수는 이어 예술과 욕망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했다. 그는 "예술은 관음이며, 예술가는 욕망을 투사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금지된 사랑이나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는 예술적 표현이 결국 인간 본성 속의 에로스와 맞닿아 있음을 분석했다.
특히 블레이크, 보들레르, 예이츠와 같은 시인들의 작품을 언급하며, 시와 예술이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동시에 치유의 통로가 되는지 설명했다. "예술은 단순히 미적 즐거움이 아니라, 욕망을 자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을 치유하는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번 특강의 또 다른 핵심은 치유와 자기 인식이었다. 원 교수는 "치유는 단순한 위안이나 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학과 철학, 심리학을 아우르며, 자기 인식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임을 반복해 설파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참석자들에게 원 교수의 시집 '로맨틱한 틈새' 친필 사인본이 증정되며, 강연의 메시지가 한층 더 깊게 다가왔다.
한편 '와인과 인문학'은 원종섭 교수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기획 강연 시리즈다. 와인을 매개로 인간의 본성과 문화, 예술, 철학을 통찰하는 이 프로그램은 대중들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인문학"이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욕망2' 강연 역시 와인잔을 기울이며 함께 사유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 강연장이 단순한 학문의 자리가 아니라 예술과 삶이 교차하는 문화적 공간이 되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원 교수는 다시 한 번 "자기 인식이야말로 행복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죄의식이나 억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창조와 치유, 자아 성찰의 원동력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특강은 문학과 철학, 예술과 치유가 한데 어우러진 독창적 인문학 강연으로, 참석자들에게 욕망의 의미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