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오는 11일부터 성수동에 위치한 서인갤러리(대표 서인애)의 2025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인 'VIEW & VISION'가 개최된다.
시각적인 표현에서 자주 사용되는 View 와 Vision은 대상을 인식할 때, 물리적인 관찰과 철학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실제 “보는 것”과 “보고자 하는 것”의 차이를 탐구하는 이번 전시에는 View의 개념을 내포하는 김성하 작가와 Vision을 제시하는 하연주 작가의 신작 약 30여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은 비슷하지만 상반된 두 가지의 개념을 통해 시각적 경험을 넘어, 어떻게 현실 세상을 보고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내면에서 꿈꾸었던 환상세계에 대한 각자의 질문을 던진다. 3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인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성하, 하연주 작가와의 대화에서 작품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매번 다른 풍경을 본다. 각자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 우연히 발견한 대상, 그 순간의 감각과 감정이 교차하며 각기 다른 층위로 분해된다. 마치 원하는 부분만 오려낸 꼴라주처럼, 우리는 기억속에 무언가를 떠올릴 때 그때 목격했던 현실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그것들을 다시 배치해 나만의 풍경을 만들어간다. 김성하 작가는 이러한 꼴라주적 사고를 바탕으로 세상을 평면 위에 해석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기존의 이미지, 질감, 색채 등을 재구성하여 예상치 못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대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VIEW)을 발견하게 된다. 김성하의 꼴라주는 단순한 ‘조합’이 아닌 ‘해체와 재구성’의 예술이며, 현실 속 요소를 선택적으로 오려내어 평면 위에서 다시 배치하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서사를 형성한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왜 특정한 대상을 그리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어떤 형상이 시각적으로 흥미로운가? 그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기억, 감각, 생각은 무엇인가? 이러한 고민 속에서 그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고, 시선이 머무는 핵심적인 대상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원근감, 주변 배경과의 조화 같은 기존의 회화적 규칙을 벗어나, 오직 대상 자체에 집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탄생한 조각들은 개별적인 드로잉으로 남기도 하지만, 때때로 겹겹이 배치되어 또 다른 풍경을 이루기도 한다. 이는 마치 연극 무대처럼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된 하나의 공간이 된다. 어린 시절 무대에서 본, 평면적인 패널에 그려진 나무와 풀숲이 무대 위에서 하나의 숲으로 인식되었던 경험처럼, 그의 작품은 독립적인 실체성을 가진 평면 이미지들이 조합되어 감상자의 시선 속에서 하나의 새로운 세계로 변모한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은 꼴라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꼴라주가 아니다. 김성하는 꼴라주의 언어를 빌려와, 회화적 기법을 통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을 창조하여,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분리된 채 존재하는 듯한 이미지들을,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치밀하게 장면들을 구성한다. 작가는 유화의 섬세한 붓질과 정교한 명암 표현을 통해 오려 붙인 듯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빛과 그림자의 정밀한 조율을 통해, 평면적 이미지들은 실재하는 물질처럼 떠오르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며, 마치 캔버스 위에서 자신만의 중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그것이 종이를 덧댄 것인지, 혹은 캔버스 위에서 직접 그려진 것인지 한순간 헷갈린다.
감상자들이 무언가가 캔버스 표면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들의 지각 또한 미묘한 균열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전복적인 깨달음이다. 이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기억 조각들의 모음은 각자의 시선과 해석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의미로 태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김성하의 작업은 단순한 꼴라주 풍경화가 아니라,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을 사용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탐구’이다. 그는 기억속의 세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경험하는지를 다시금 질문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한 장의 장면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포착된 조각들이 만나 형성된 하나의 시각적 세계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을 통해 익숙한 감각을 되찾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재밌는 경험 속으로 초대된다.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끊임없이 환상을 꿈꾸는 우리의 무의식은 일상의 틈에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하며, 상상과 기억, 경험이 혼재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정신분석학에서 ‘경계’는 자아와 외부 세계를 구분하는 동시에, 서로를 넘나드는 틈을 의미한다. 우리가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듯이, 현실의 우리와 환상속의 등장인물은 서로를 마주하는 시점을 가지게 된다.
하연주 작가는 이 창문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통해 얻은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환상(VISION)과 현실의 교차점을 구현하는 “Wandering Project" 를 선보이고 있다. “Wandering Project" 의 시초는 하연주가 기차 여행 중 긴 터널을 지나고 마주한 장면이, 마치 한 순간에 계절이 바뀌는 듯한 느낌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발했다.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실내공간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이곳은 물리적 장소이면서도 동시에 심리적 공간이며, 언젠가 재밌게 읽었던 하지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공상소설과 판타지 영화의 기억과 감정이 스며든 상상속의 풍경이다.
Shop 연작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상점의 입구는 현실과 판타지를 잇는 역할을 하여 마치 감상자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로의 문전에 서있는 느낌이 들게하며, 반틈만 공개된 상점의 표지판 때문에 감상자는 자신의 눈높이에서 가게를 바라보는 상상을 하게된다. 연속적으로 배치된 Shop 연작들은 하나의 가상의 상점가를 형성하며, 그 거리를 거니는 우리는 동물들이 주인인 판타지 세계에 뛰어든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의 대표작인 Candy shop-Side story 는 이 Shop 연작이 탄생하게된 작품 에 등장하는 사탕가게의 또 다른 이야기(Side Story)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환상적인 거리와 그 속의 상점, 상점의 입구를 통해 들여다본 저 너머의 공간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하는 긴 모험의 시작이다.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서있는 현실과 작품 속의 환상이 교차하는 순간, 우리는 무의식의 문턱을 넘어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VIEW & VISION》에서는 하연주의 대표작인 현실과 환상의 경계 Shop, Side Story, Apartment의 연작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작가가 제시하는 시각적 이미지는 우리 개개인이 어떤 내면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지, 각자만이 간직했던 환상 세계에 도달하는 감정을 느껴보도록 권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VIEW)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환상(VISION)은 결국 하나의 흐름 속에서 교차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김성하는 평면 위에 재구성된 오려진 풍경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하는지를 탐구하며, 하연주는 창을 사이에 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의식 속 감각과 기억을 끌어낸다. 이들의 작업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시각적 모험이다. 이번 《VIEW & VISION》 전시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 두 개의 세계는 결국 하나의 맥락 속에서 연결된다. 감상자가 그 사이 익숙한 장면 속에서 낯선 감각을 발견하고, 단순한 풍경 너머에 숨겨진 또 다른 가능성을 인식하는 순간, 각자의 VIEW & VISION 은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될 것이다.
■ 김성하 작가
김성하(b.1999)는 중앙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22년부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여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확립해가나고있다. 그는 2023년 갤러리 밀스튜디오에서 개인전 LAYER BY LAYER, PART2 [Opaque]>을 개최하며, 겹겹이 쌓인 시선과 해석의 층위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시각적 실험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단서를 따라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재구성하게 만들며, 이는 2023년 피앤씨토탈갤러리에서 개최된 NEW 풍경>과 2024년 서인갤러리 그룹전 New term>, StresseDesserts>, 월간서인 제2호> 에서 연달아 작품을 발표하면서 지속적으로 현실과 기억, 시선과 감각이 교차하는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 하연주 작가
하연주(b.1994)는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한 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회화적으로 탐구하며 단순히 회화적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회화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이 되어 현실과 환상의 중첩된 감각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의 대표적인 연작 Wandering Project는 이 두 세계가 맞닿는 공간을 형상화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과 LA Art Show에서도 전시되었으며 국내외 활발히 활동하면서 동시대 한국 미술의 흐름을 새롭게 조망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하연주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공간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적 풍경을 탐구하는 예술적 실험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경계의 공간 속에서 관람자는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유영하며,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감각과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