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윤의향)의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가 돌아왔다. 오는 10월 25일(금)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창작센터, 구석으로부터(동구 정동), 공간오십오(중구 선화동)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과학예술’을 선제적으로 이끌어 온 대전시립미술관의 과학·예술 융복합 프로젝트의 여정을 재탐색하고 과학과 예술의 창조적 가능성에 주목한다. <대전FAST>, <프로젝트 대전>, <과학예술비엔날레> 등 그간의 실천을 성찰하며,‘과학과 예술, 인간과 기술이 함께하는 공유지의 건설’이라는 비엔날레의 지속적인 기제가 이론적 제안을 넘어 실천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되짚어본다.
윤의향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고대 연금술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의 상상과 도전이라는 공통 분모에 기인 한다”고 밝혔다. 이어“전시 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공연 등을 통해 전시의 의의를 더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비엔날레의 대열에 오를 것이다 ”고 덧붙였다.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외부 감독 선임 없이 대전시립미술관 자체 인력이 기획한다. 올해 또한 윤의향 관장이 이끌며 미술관 큐레토리얼 팀이 직접 기획, 명실상부 과학예술의 중심도시로서 역량을 선보인다.
큐레토리얼 팀은 김민기 학예연구과장, 우리원 학예연구사, 이차희, 주한빈, 김나연 코디네이터로 구성되어 대전발 과학예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새롭게 맞이할 또 다른 20년의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허혜지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프로그램을 대전광역시립손소리 복지관과 국립교육과학연구원 등과 협업하여 운영한다. 기존과 달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쉬운 전시 말’프로젝트 외에도 수어 영상 등을 전시장에 배치하여 관람의 질을 높인다.
□ 섹션 1.
서로 다른 것의 조합과 그 경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관심을 가졌다는 연금술이 현대과학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에서 출발, 과학예술을 ‘현대 연금술’로 설정한다. 태초로 돌아가 자연의 물성을 느끼고 인간의 본성을 인지하고는 과정을 통해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다.
ㅇ 마이클 주(미국), 우민정, 서재웅의 작업과 얼마 전 타계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미국)의 작업을 선보인다. 빌 비올라의 작업이 대전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섹션 2.
섹션 이름은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생명을 미술관에 설치하며 비디오아트의 역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뉴욕현대미술관(이하 MoMA)의 <스타이켄의 참제비고깔>(1936) 전시 공식 보도자료의 한 구절을 빌려왔다. MoMA의 참제비고깔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와해시키는 사건이었다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미술관 뉴미디어 소장품을 중심으로 되짚어본다.
그동안 대전시립미술관이 미디어 혹은 뉴미디어라는 용어로 과학예술을 설명하고 이해하며 수집한 작품들을 모아‘대전시립미술관이 과학예술에 던졌던 시선’을 따라간다. 백남준, 김기라, 이용백, 김세진, 로랑 그라소 등 시립미술관의 주요 뉴미디어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국형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자 대전 미디어아트 씬을 형성한 육태진의 주요작은 물론 스케치로만 남아있는‘터널’을 재현한 모형과 ‘유령가구’의 VCR을 공개한다.
□ 섹션 3.
김초엽의 SF 소설『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 20여 년간 과학예술 프로젝트를 함께 한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어떠한 제언을 하고자 했는지 되짚어본다. 과학과 연대하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방식으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아그네스 마이어 브란디스(독일), 신재은, 마르타 데 메네제스(포르투갈), 뮌, 이해민선, 최우람, 요나스 룬드(스웨덴), 배성호, 애기 해인즈(영국), 헤더 듀이 해그보그(미국), 이병찬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인간 가치의 위태로움을 시각화한 최우람의 신작이 기대를 모은다. 신예 배성호의 <존재한 적 없이 멸종하기 : 데렐릭투스 레텍스투스의 추론적 재구성>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한 폐기물 처리장에서 수집한 봉제 인형 등을 소재로 해부학적 추론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낸 존재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타자를 구분하는 것에 대하여 과학 탐구의 맥락에서 살핀다.
대전의 브랜드 가치를 견인하는 과학예술 비엔날레인 만큼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생명과학과 김상규 박사와 팀과 아그네스 마이어와 협력한 작업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 섹션 4.
인간이 갖는 막연한 초월의 욕망이 실은 좌절될 수 있음을 아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만드는 것의 무용함을 받아들일 때 가능한 것 임을 공유하고, 진정으로 함께 건설해야 할 미래를 그린다. 현재의 위기는 인간이 불러온 것이지만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사랑과 존 중을 바탕으로 연대한다면 그 해결의 열쇠 또한 인간에게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희망을 전제한다.
바래, 비욘 멜후스(독일), 요나스 룬드(스웨덴), 캐서린 도슨(영국), 테레사 라이만 더버스(독일)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4년만에 돌아 온 테레사 라이만 더버스의 신작도 기대를 모은다. 리서치 기반의 건축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는 바래의 <인해비팅 에어 2045>는 탄소중립 실현 목표 연도인 2045년의 모습을 그린다.
비엔날레는 원도심으로도 확장된다. 단순한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넘어 대전이라는 도시사회와 연결하여 함께 서로 다른 영역 간의 공통 분모를 발견하기 위함이다.
대전창작센터에서는 ▲이재석 ▲김수연 ▲이병찬 ▲헤인즈&힌털딩(호주), 구석으로부터에서 ▲신승백김용훈, 정지혜, 강성룡 ▲오완석, 공간오십오에서 ▲요나스 룬드(스웨덴)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대전 청년작가 출신으로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이재석의 신작을 대거 만나 볼 수 있다. 2017년 대전창작센터에서 개최되었던 아티스트(ArTist)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그는 현재 작업에 단초를 마련해줬던 당시를 떠올리며 비엔날레에 합류, 신작 <항해>(2024), <우주>(2024) 등을 통해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미지의 세계를 그린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아르스일렉트로니카, 독일 ZKM, 프랑크푸르트 응용예술미술관 등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승백김용훈이 무용가 정지혜, 강성룡과 작업했던 <넌댄스 댄스>(2022>의 후속작 <넌댄스 댄스 2>(2024>가 영상설치로 새롭게 변모했다. 공연이었던 전작을 전시 공간으로 끌어온 것이 흥미롭다. 전시 공간이 구 교회였던 만큼 예배당에 설치된 작품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로 대비하는 듯하다.
TJB 대전방송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이전의 비엔날레와 달리 관람료(성인 5,000원 / 청소년, 학생 4,000원 / 초등학색 3,000월)도 대폭 낮췄다. 더 많은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취지이다. 개막식은 10월 25일(금) 6시 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진행되며, 7시 30분 부터는 미술관 분수대 광장에서 빛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캔들라이트 축하공연도 열린다. 개막식과 공연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한편,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의 사전 행사로 대전관광공사 <딜라이트 대전>과 연계하여 10월 22일(화) 오후 6시부터 시립미술관 잔디광장에서 딜라잇 콘서트가 열린다. 또한, 10월 26일부터 27일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미술관 잔디광장에서‘딜라잇 대전 가을밤 피크닉 데이'를 통해 공연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