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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갤러리도스 기획 조민아 'OO의 한가운데 (In the middle of OO)'

전시기간: 2022. 12. 7 (수) ~ 2022. 12. 13 (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문화저널코리아 김영일 기자 | 우리는 균형과 불균형 속에서 살아간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인해 우울과 불안을 겪고 편안함을 갈망하는가 하면 일상의 편안함이 지속되어 무료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때 쯤 또다시 결과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꾀한다.

 

이러한 삶의 모습을 일상이라 칭하며 일상은 균형과 불균형의 사이 그 경계를 나타낸다. 여기서 경계는 서로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어떤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이나 시점을 가리킨다. 이는 단순히 고정된 장소나 정지된 시간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무언가 진행되거나 변화되고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 빅터 터너는 경계란 영원히 또는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잠정적이며 일시적인 단계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 불확정적인 속성을 가지게 되어 모든 것들이 미결정인 상태이자 가능성과 잠재성이 충만한 영역으로 변모한다. 따라서 경계는 모든 변화의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조민아 작가는 균열과 화합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2m에 달하는 큰 화면을 빼곡히 채운 풍성한 색채와 폭발할 것 같은 자유로움 그리고 포스터 같은 평면성이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작품은 세심한 공간 구성과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되었으며 어딘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 또는 같은 시간 속 다른 공간에 있는 존재들이 공존한 삶이 생동하는 모습은 분할되어 한 장의 또 다른 세계로 재구성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세계를 일군다. 작품 속 인물들의 특징은 공허하고 불가해한 눈빛이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은 조화와 부조화가 공존하는 화면으로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떤 종류의 강조된 의미든 표정이든 인물의 얼굴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완전히 거부하는 방식이 작가의 작업에 매력을 더한다. 이러한 화면의 구성과 인물의 시선은 작품 안에서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또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균형과 불균형을 이루는 배치로 인해 낯설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두껍게 쌓아올린 분채의 질감과 농담의 정도 차이가 크지 않은 먹 선은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응집력 있는 공간과 시간 덩어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때 자칫 강해보일 수 있는 색감을 중간 톤과 어두운 톤으로 눌러주었기 때문에 그 어떤 요소 하나 조차도 튀거나 들떠 보이지 않는다. 이에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 전체를 두루 탐색하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리는 매순간 일상의 경계, 그 경계면과 마주서며 매순간 선택하고 감당한다. 이렇듯 무언가 진행되거나 변화되는 일상의 경계에 서있는 조민아 작가는 고정된 이미지를 담아내지만 정지되지 않은 상황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는 작품 속에 복잡다단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선명한 색감과 화면에 배치된 각기 다른 인물들과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익숙함과 더불어 생동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 느껴졌던 경험이 있다면 이번 전시는 무료하고 나른한 일상 속에서 다시금 삶의 활기를 느끼게 해준다.

 

사물과 인물의 상징 혹은 의미의 해석보다는 조형적인 균형감을 감상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처럼 작품을 보며 일상 속에서 연상되는 전혀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고 일상의 경계에서 새롭게 보기를 경험하기를 바란다.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여 이러한 요소들을 마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나온 삶에 위로이자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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