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김영광 기자 | 연극 <홀로>는 해외입양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입양은 새로운 가족을 찾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생각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입양 후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와 정체성의 혼란은 입양아들이 직면하는 대표적인 어려움이다. 아이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문제들은 입양 가정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홀로>는 해외입양의 복잡한 이슈와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작품은 외적 사건 자체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꿈과 환상을 통해 표현하는 비사실주의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해외입양이라는 심각한 사건의 당사자인 두 여자가 당하는 고통과 난관을 밖에서가 아닌 안에서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엄마이자 동시에 딸인 두 여자의 내면의 상처와 아픔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면서 이들에게는 내면 들여다보기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이겨낸 후 두 여자가 사적인 자아에서 공적인 주체로, 고통받는 자아에서 실천적 주체로 변모하는 날을 기대해보는 것이다.
작품의도 = 전쟁 이후 약 20만 명의 아기를 해외로 입양 보낸 무책임한 국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외입양 중단을 외쳐야 할 시점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꾸물거리는 동안 오늘도 어린 아기들이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다.
해외입양인은 국가와 사회에 의해 폭력적으로 밀려난 자이며 이질적 문화 환경에서 차별받은 소수자이며,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체적이고 저항적인 인간이며 자신을 버린 부모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인격자이며 고난을 이겨낸 성공자라는 다층적 위치를 한 몸에 담고 있는 매우 복잡한 인격체이다.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과정에서 이들은 깊은 상처와 고통과 두려움을 갖는다. 그럼에도 고통을 억압하며 참는 대신 외부로 객관화시켜 아픔의 원인을 초래한 세계에 대해 말하고 변화를 요구하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입양은 개인에 국한된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공적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입양인의 문제를 작품화할 때 이들의 삶의 고통이 너무나 깊어서 내면에 쌓인 이야기들을 토로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홀로>의 두 여자는 힘든 과거를 홀로 겪어내고 있는데 기나긴 독백과 상호간 이해의 어려움, 문제 해결로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이야말로 이들의 만남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 단계를 지나 각자 저항하는 주체로 다시 서고 거대한 폭력과 맞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홀로>는 오랫 동안 입양에 관심을 가져온 연구자로서 그러한 의지를 담은 두 번째 작품이다.